‘연결성’
Z세대를 규정하는 기준은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앞선 X세대, Y세대와의 가장 큰 변별점은 무엇 또는 누구와, 언제 어디서든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상징물이 스마트폰이다. Z세대는 부모가 핸드폰을 쓰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일찌감치 핸드폰을 경험하고, 소유하며 생활의 일부가 됐다.
특히 이들에게 핸드폰은 단순히 전화를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스마트폰이 본격 양산되면서 핸드폰의 개념이 180도 바뀐 영향이다. Z세대에게 핸드폰은 애초에 ‘작은 컴퓨터’이자, '휴대 인터넷'이었다.
Z세대가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손짓 한 번에 다른 사람, 다른 세계와 이어지는 것에 익숙한 가장 결정적인 배경이다.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확산했던 Y세대도 연결에 익숙하긴 하다. 그런 Y세대에게도 인터넷은 특정 공간에 국한됐다. 집, 또는 PC방에서 컴퓨터 전원을 눌러야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X세대의 경우 컴퓨터는 익숙한 장비였지만, 인터넷은 아직 생활 속에 침투하지 못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10대 트렌드'에서 “Z세대는 아날로그를 경험하지 못하고 태어난 순간부터 디지털 문화와 기기를 접하고 소비했기 때문에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라고 불리기도 한다”며 “Z세대의 본격적인 사회 진출로 모바일기기가 주요 매체로 주목받으며 가치 중심적 소비가 확대되는 등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Z세대에게는 인터넷 밖 실제 세계도 서로 긴밀하게 맞물려 보였다.
대표적인 사건이 글로벌 금융위기다.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전 세계의 경제를 뒤흔들었다.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아시아국가와 신흥국들도 영향을 받았다.
Z세대에게 세계는 각각의 대륙, 국가가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공간이었다.
이는 1991년이 돼서야 해외여행 자유화를 경험한 X세대와는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Y세대는 외환위기, 2002년 월드컵 등을 경험하며 세계의 '동조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문자보다 영상의 힘이 월등히 커진 것도 특징이다.
영상은 인종, 국적 등의 경계를 뛰어넘게 했다. 언어를 모르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텍스트와 달리, 영상은 언어적 한계를 뛰어넘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Z세대는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가장 중시한다. 이는 '개인주의'가 본격적으로 퍼졌던 X세대 부모의 밑에서 자란 영향도 있다.
X세대라는 뜻 자체가 '정의할 수 없다’는 의미다. X세대는 경제적 풍요 속에서 주위 눈치를 보지 않는 개성파로 통했다. 워크맨(카세트 플레이어)과 삐삐(무선호출기)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1992년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이 X세대의 대표적 아이콘이다.
Z세대는 이런 X세대 부모들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다양성을 중시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편견에서도 더욱 자유롭다. 일례로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던 것이 ‘아시아인’이라는 인종 대신 한 가수로 보는 Z세대의 선호 덕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대로 Z세대는 희생이라는 가치에는 둔감하다.
"우리가 남이가"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X세대의 조직문화는 Z세대에게는 그저 '꼰대 문화'에 불과하다.
술자리 등 사내 행사에 '이유 불문' 필참해야 했던 X세대, 이런 X세대의 눈치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조직문화에 어울렸던 Y세대와 달리, Z세대는 퇴근 후에 여가생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Z세대는 미래와 현재를 균형 있게 바라본다.
경제 성장기와 3저 호황, 높은 금리 등을 경험한 X세대에게 저축은 필수였다.
외환위기 여파로 집안 경제가 흔들리는 것을 직접 목격한 Y세대에게도 미래는 늘 ‘대비’해야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Y세대는 지독한 청년실업으로 늘 불안감에 빠져있다. 이들은 대학생 때부터 '스펙 쌓기'에 열중하며 좁디좁은 취업문을 뚫는 목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일부는 취업 자체를 포기하기도 했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가 대표적이다. 사토리란 일본어로 달관, 득도라는 의미다. 별 의욕 없이 그저 현실에 안주하는 20대를 가리킨다.
한국에서도 미래보다는 오늘을 중시하는 Y세대의 성향을 지칭하는 신조어 '욜로(YOLO)'가 유행했다.
이와 달리 Z세대에게 미래는 문자 그대로 ‘오지 않은 것’이면서도, 불안한 대상이다. '오늘'을 중시하면서도 안정성과 실용성을 추구한다.
Z세대가 회사나 조직 문화에는 동조하지 않으면서도, 연봉이나 성공 등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배경이다. 경력, 연공보다는 실질적 성과를 중요시하는 '성과제일주의'적 성향도 있다.
The Workforce Institute와 Future Workplace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Z세대 3400명 중 54%가 직장에서 급여가 가장 중요한다고 답했다. 2대 우선순위로 '유의미한 업무'를 꼽은 응답자도 절반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