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냉동인간의 근본적 의문은 냉동인간이 해동되어 과거와 다름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가정하지만 냉동인간이 되었던 사람이 정말로 후대에 살아날 수 있느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냉동인간은 꽁꽁 얼어 죽은 사람을 의미하는데 몇 십 년 또는 몇 백 년 동안 얼어 있던 사람이 살아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이다.
1962년 미국의 로버트 에팅저 교수는 인간을 냉동으로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며 해동시켜 다시 살려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46년 프랑스의 생물학자 장 로스탕이 개구리의 정자를 얼렸다가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를 토대로 인체 냉동 보존의 아이디어를 도출했고,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베드포드 박사가 1967년(당시 75세) 인류 최초로 냉동인간이 되었다. 베드포드 박사는 인류의 암 치료술에 큰 발전이 예상되는 2030년쯤 해동돼 전신에 퍼진 암 세포를 몰아내고 60년이 넘는 긴 겨울잠에서 깨어날 예정이다.
일부 학자들이 인간을 꽁꽁 얼렸다가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현재도 냉동 처리기술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1950년부터는 소의 정자, 1954년부터는 사람의 정자까지 냉동하고 해동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정자는 수분이 적고, 정자를 이루는 단백질(프로타민)이 냉기에 강해 냉동이 쉬운 편이며 난자는 정자보다 냉동시키기 어렵긴 하지만 두 생식세포 모두 얼렸다가 녹여 수정란을 만들 수 있다. 더구나 세포 단계가 아니라 금붕어나 개구리, 미꾸라지의 경우 영하 196도로 급속 냉각시킨 다음 미지근한 물에 넣어 해동시켰더니 되살아났으며, 쥐와 개의 경우 4시간 30분 동안 냉동 상태에 있다가 아무 이상 없이 깨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말 인간이 동결된 후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가 냉동보존의 핵심인데, 이 문제에 관한 한 의학적 측면으로만 보면 냉동인간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이다. 우선 그동안 많은 학자들을 괴롭힌 문제는 세포의 경우 구성물질의 85% 정도를 차지하는 물 때문에 냉동 시 얼음으로 바뀌면서 부피가 팽창해 세포가 파괴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상황은 얼렸던 딸기를 해동시켜 보면 곧바로 알 수 있다. 그런데 근래의 연구에 의하면 물이 얼음으로 바뀜에 따라 세포의 부피가 10% 정도 팽창하더라도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세포는 부피가 50~100%까지 늘어나더라도 내부에 형성된 얼음 때문에 세포가 죽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을 냉동화할 때 동결억제제를 사용하면 뇌의 기능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상태까지 얼음 형성을 억제할 수 있으므로, 결론적으로 인체 냉동보존에는 별다른 장애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뇌이다. 신체가 해동되었다 해도 두뇌가 완전히 복원되지 않는다면 냉동 자체가 의미를 잃는다고 볼 수 있는데 학자들은 이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이다. 뇌 속 뉴런의 연결을 재구성해 인공 뇌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학자들은 궁극적으로 나노테크가 이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 미세한 기계, 즉 나노로봇이 해동 중인 인체 내에 투입되어 수조 개에 이르는 세포들을 하나하나 복구한 다음 환자를 소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현 과학 수준으로 볼 때 냉동인간이 정말로 살아날 수 있을지,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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