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편의점 할 것 없이 유통가에 연말 와인 전쟁이 펼쳐진다. 대형마트발 초저가 와인 전쟁에 편의점이 초고가, 이색 와인으로 가세하면서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롯데마트는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의 보르도 와인을 현지보다 더 싸게 내놓으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술은 이커머스에서 팔 수 없는 품목인 만큼 더 많은 소비자의 발길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끄는 데 효과적이다. 고객이 매장에 나와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연속성을 기대하는 것이다. 여기에 저도주를 선호하는 최근 주류 문화와도 맞물리며 매출 상승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내년 1월 1일부터 유명 와인 평론기관 겸 잡지인 ‘길버트 앤 가이야르’에서 2018년 금메달을 수상한 프랑스 보르도 와인 ‘샤또 르 팽 프랑(Chateau Le Pin Franc)’을 판매한다고 29일 밝혔다. 이 제품은 프랑스 현지에서는 5∼8유로(약 6400~1만300원)에 판매되는 데 비해 롯데마트에서는 이보다 저렴한 59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프랑스 보르도 AOC 등급인 ‘샤또 르 팽 프랑’은 보르도산 메를로와 카베르네소비뇽을 블렌딩해 짙은 루비색과 잘 익은 붉은 과일 향, 우아한 타닌과 부드러운 산도가 인상적인 와인이다.
앞서 이마트는 8월부터 상시 초저가 상품으로 칠레산 도스코파스 와인을 4900원에 판매하며 초저가 와인 시장의 문을 열었고, 롯데마트는 12일부터 이보다 100원 낮은 가격인 4800원짜리 칠레산 와인 ‘나투아 스페셜 셀렉션’을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홈플러스도 베스트 와인 기획전 등을 통해 2병 구매 시 5000원 할인 행사를 펼치며 참전했다.
편의점들은 이색 와인으로 승부하고 있다. GS25은 18일 보르도 5대 샤토 와인으로 꼽히는 ‘샤토 마고’와 ‘샤토 오브리옹’에 이어 3800만 원짜리 ‘로마네 콩티’까지 선보이며 고급 와인 판매에 나섰다. ‘로마네 콩티’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와인으로 ‘신의 물방울’이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GS25의 초고가 와인 한정 판매 이벤트는 벌써 세 번째다.
이마트24는 최근 ‘와인클럽’을 론칭해 연말까지 38품목을 최대 60% 할인 판매 중이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와인에 공들이는 이유는 소비량이 늘면서 매출도 급상승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국내 와인 수입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5년 1억8981만 달러에서 2018년 2억4400만 달러로 4년 새 28.6% 증가했으며 올해도 11월 누계 기준 2억3423만 달러로 무난히 2018년 수입액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저가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와인 대중화와도 상관관계가 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소주와 맥주를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의 와인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고, 이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대형마트의 니즈가 맞물린 결과다. 현재 이커머스 등 온라인에서는 주류 판매가 불가능해 술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술을 활용한 소비자 공략이 활발해지면서 저렴한 와인 외에 특색 있는 상품이 계속해서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