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세청의 빗썸 과세 논란, 기준부터 만들어야

입력 2019-12-3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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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IT중소기업부장

최근 국세청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803억 원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외국인의 소득세를 빗썸이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는 것이 마땅한 이치다. 하지만 문제는 법적 근거가 미약하거나 없다는 점이다. 이에 국세청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우리나라 소득세법은 과세대상으로 열거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소득세법은 양도소득 대상(부동산, 주식, 파생상품 등)과 기타소득 대상(복권당첨금, 원고료, 강연료 등)을 열거하고 있는 반면 가상화폐는 어디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소득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교일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현행 세법상 개인의 가상통화 거래이익은 소득세법에 열거된 소득이 아니므로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기획재정부는 “소득세법은 과세대상으로 열거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개인의 가상통화 거래 이익은 열거된 소득이 아니므로 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행 소득세법상으로는 소득세 부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추후 세법개정안을 통해 가상자산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기존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확인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어 “주요국 과세 사례, 회계기준과의 정합성, 자금세탁 방지 차원의 국제 논의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과세 방안을 마련하는 중임에도 국세청이 과세를 결정한 것은 소득 발생 시점 이후 5년이 지나면 과세를 할 수 없어서다. 업계에선 국세청이 일단 때리고 보자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빗썸이 소득세법상 원천징수의무 대상인지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원청징수 의무자는 비거주자에게 국내원천소득을 지급하는 자 또는 그 지급자의 대리인 또는 수임인이어야 하는데 빗썸은 암호화폐 판매자(매도인)에게 소득을 지급하지 않는다. 단순히 구매자와 판매자로부터 대금 수령 및 지급 업무만을 위임받아 수행할 뿐이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용어조차도 완벽히 확립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가상화폐, 가상자산, 암호화폐, 암호자산, 디지털 화폐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내년 6월 회원국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 이행 점검에 나서게 될 상황이지만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도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암호화폐 발행을 준비 중인 중국정부는 올해부터 암호법을 새롭게 시행한다. 1월 1일 시행되는 암호법은 암호체계를 국가의 기밀정보를 관리하는 핵심암호와 기밀정보를 보호하는 일반암호, 정부의 정보 인프라와 시민들에 관련된 정보에 대한 상용암호 등 3가지다. 이 중 핵심암호와 일반암호는 중국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하는 한편 상용암호는 산업육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중국인민은행은 주요국으로는 처음으로 가상화폐인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위한 준비작업을 거의 마친 상태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블록체인의 육성에 국가 차원의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가상화폐와 관련된 기본적인 체계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단 기획재정부의 말처럼 과세를 하려면 가상화폐 산업을 제도권 내로 편입하고, 법적 지위를 먼저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세법 개정안을 통해 과세를 하는 것이 순서다. 절차를 무시해선 법치가 존재할 수 없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그 산하기관인 국세청이 가상화폐 과세를 두고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 역시 순리에 맞지 않는다. 업계의 반발이 거센 이유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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