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가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의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올해 증시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 코스피 지수 밴드로 1900~2500포인트를 예상했다.
◇박스피 탈출 기대감 여전히 낮아 = 10명의 센터장 중 밴드 상단으로 2400포인트대를 예상한 응답이 6명으로 절반을 넘었고 2500포인트를 전망하는 센터장도 있었다. 2400포인트는 2018년 말 종가인 2041.04보다는 높지만 2017년 말 종가(2467.49)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수 밴드 상단은 증시 방향성을 점치기 위한 중요 좌표로 전망치가 낮을수록 시장의 상승을 이끌 모멘텀도 적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코스닥 지수 밴드는 580~820포인트로 예상했다. 상단 밴드는 응답자 전원이 750포인트 이상을 점쳤다. 다만 설문 응답 센터장들의 절반인 5명은 코스닥 밴드 예상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올해 증시 향방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미·중 무역협상 결과를 첫손에 꼽았다. 2018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촉발됐다. 양국은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13일 무역합의 1단계에 도달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우선 1월 초 1단계 합의에 대한 서명이 남아있고, 이후 이행 과정도 제대로 지켜질지 확실치 않다. 또 2단계로의 추가 무역협상도 전개될 예정인데, 미국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슈도 얽혀져 불확실성은 더 증폭되고 있다.
특히 미 대선은 그 자체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주목해야 할 이슈다. 올해 11월 3일인 미 대선까지 11개월 남은 현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들에게 가상 투표 대결에서 밀려 정권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센터장은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불확실성 증가로 국내 증시에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홍콩 시위 악화, 노딜 브렉시트 현실화 등 대내외 여건도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로 거론된다. 반면 주요 선진국에서 정부가 재정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앙은행은 유동성을 확대하는 ‘폴리시믹스’가 펼쳐질 경우 증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글로벌 중앙은행의 자산이 전고점을 회복하는 시점을 전후로 변곡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유망업종은 ‘반도체’, 비추업종은 ‘보험’ = 눈여겨 볼 만한 업종을 묻는 질문에는 10명 중 7명의 센터장이 반도체 업종을 지목했고, 다음으로 3명의 센터장이 IT 업종을 추천했다.
정연우 센터장은 “반도체 업종은 코스피 이익개선율의 40%를 차지하고 한국 기업실적 개선을 주도할 전망”이라며 “반도체 사이클에 5G 모멘텀의 유입으로 하반기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코스피시장에서 올해 관심을 가질 만한 종목을 묻는 질문에는 10명 전원이 삼성전자를 추천하며 국내 증시 대장주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다.
눈에 띄는 부분은 코스닥 시장에서 관심을 가질 종목으로 4명의 센터장이 스튜디오드래곤을 지목한 점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16년 씨제이이앤엠의 드라마 사업본부가 물적 분할돼 설립된 회사로 드라마 콘텐츠를 기획·제작해 미디어 플랫폼에 배급하고 VOD, OTT 등을 통한 유통 및 관련 부가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미생, 또오해영, 도깨비, 비밀의 숲, 미스터션샤인 등 완성도와 화제성 높은 드라마를 선보인 바 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콘텐츠 사업의 경우 5G와 폴더블 디스플레이 확산 및 신규 OTT 출범에 따르는 콘텐츠 수요 증가가 예상돼 긍정적 견해를 제시한다”며 “이 업종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을 눈여겨 볼 만하다”고 답했다.
투자를 말리고 싶은 업종을 묻는 질문에 2명의 센터장이 보험 업종을 꼽았고 은행, 정유·화학, 유틸리티, 소재, 산업재, 바이오, 건설업종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바이오 업종은 지난 2년간 주가가 하락하면서 이전에 비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줄었지만 미국 대선을 앞두고 약가 인하 이슈가 상승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 필요해” = 센터장들은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한 제언들도 내놨다. 특히 증권 거래세를 인하하거나 폐지해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 같은 연장 선상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희도 센터장은 “장기투자 문화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절실한데 부동산 장기 보유 시 양도세 특별 공제가 적용되는 것처럼 유통주식에 대해서도 장기 보유시 세금을 공제해주는 등 유통시장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며 “매년 말 반복되는 대주주 양도세 부과 이슈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영호 센터장은 “한국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많아,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이익을 배당하기보다는 사내에 유보해두는 편을 선호해 왔다”며 “한국 기업들의 기업 가치가 재평가받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에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지 못한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함으로써 자본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