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설정액이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이후 5개월 만에 1조5000억 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 분은 전체 설정액 대비 25% 수준으로, 사실상 ‘펀드런’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5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290개의 설정액은 같은 해 7월 말과 비교해 약 1조5000억 원(25.8%) 감소한 4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설정액은 지난해 7월 말 5조9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월말 기준)를 기록한 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펀드 종류별로는 주력 대체투자펀드인 혼합자산펀드 설정액이 4조7000억 원에서 3조7000억 원으로 약 1조 원 줄었고, 파생형펀드는 6500억 원에서 3900억 원으로 2700억 원가량 감소했다. 채권형펀드 설정액도 4200억 원에서 17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고 부동산펀드는 762억 원에서 601억 원으로 감소했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자금을 회수하는 것(펀드런)을 막기 위해 일부 펀드에 대해 환매 중단 조치를 했지만, 사실상 펀드런에 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다른 주요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의 설정액은 상당수 늘었다. 삼성SRA자산운용 펀드 설정액은 4조7000억 원에서 5조2000억 원으로 증가했고, 신한대체투자운용은 2조6000억 원에서 4조 원으로 늘었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은 2조8000억 원에서 약 3조 원으로, 보고펀드자산운용은 2조2000억 원에서 2조7000억 원 등을 기록했다.
펀드런 현상은 지난해 8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및 부실자산 매각 등 각종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후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 라임자산운용 투자자들은 손실도 큰 상황으로 나타났다. 이 자산운용의 순자산은 7월 말 기준 6조 원으로 설정액보다 1700억 원 많았지만,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는 순자산이 설정액보다 2400억 원 적은 4조1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설정액은 투자 원금이고, 순자산은 운영 결과에 따른 현재 실질 가치다.
악재는 더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진행 중인 1조5000억 원 규모의 환매 중단 펀드에 대한 실사에서 펀드 자산에 대한 부실이 발견될 경우 순자산은 더 줄어들 수 있다.
환매가 중단된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주요 투자처인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가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한 폰지사기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등록취소와 자산동결 제재를 받은 상태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라임자산운용을 검찰에 사기 혐의로 통보했고,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오는 13일까지 실사결과를 보고받아 상각·손실 처리 여부 등을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