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연계대출’ 이용자 4만명… 금융사,비대면 서비스 강화
#최근 외식이 잦아요. 날씨가 쌀쌀하니 오늘 저녁엔 집에서 따뜻한 비프 스튜를 만들어 먹는 게 어때요? 재료는 시간 맞춰 주문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금리가 높은 상품이 나왔어요. 당신의 예금을 그쪽으로 이체하겠습니다.
영국의 글로벌 회계·컨설팅그룹 KPMG가 3년 전 내놓은 인공지능(AI) 금융 비서다. 그는 일정, 날씨는 물론 회계, 금융거래까지 알아서 처리해준다. 웨어러블과 SNS로 수집된 정보를 통해 생활패턴과 투자성향을 정확히 파악한다. 2030년 열릴 ‘보이지 않는 은행’의 예고편이다.
그 변화는 시작됐다. 우리나라 은행 이용자 2명 중 1명은 인터넷과 모바일로 업무를 처리한다. 은행 앱으로 여행자 보험도 가입하고, 여행 상품도 예약한다. 이제 은행은 손 위에서 우리 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편하고 싸고 빠른, 손 안의 금융사= 한국은행의 금융정보화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말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한 은행 금융서비스 업무처리 비중은 53.2%로,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2014년 121만9000건에 머물던 모바일 트레이딩도 2018년 말 401만8000건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고, 같은 기간 보험의 인터넷 마케팅 이용 건수는 1만5000건에서 2만8000건으로 늘었다.
이런 움직임은 금융사 예산 편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재작년 금융사 전산 관련 예산은 6조4900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8%에 달한다. 임원 수도 9510명으로 전 영역 중 유일하게 늘었다.
비대면 금융이 확산하면 업권은 물론 금융사 경계마저 허물어진다. 이는 소비자 편익으로 연결된다.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출시한 ‘연계대출’이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은행 대출이 어려운 고객에게 2금융권 우량 금융사 대출을 알선해준다. 출시 6개월 만에 4만 명이 몰리는 등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이후 토스, 핀다 등이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금융사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업계 최초로 은행, 증권, 카드 등 6개 관계사가 협업하는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플랫폼을 내놓았다. 앱 하나만 깔면 환전은 물론, 여행자보험, 카드대금 납부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고객 편의를 위해 여행사 등과 제휴를 타진하고 있다.
손준범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들은 기존의 천편일률적 점포 확장 전략에서 탈피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감소ㆍ고령층 소외 등 숙제 수두룩=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감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말 금융권 취업자 수는 83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3000명 줄었다. 2015년과 비교하면 4만 명 이상 감소했다.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은행권 일자리 창출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점을 찾는 고객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작년 말 은행권 직접 고용인원은 10만1000명, 연관산업 고용인원은 3만1000명을 기록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 증가에 따라 전통적 판매 채널 인력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금융-IT 간 융합에 따라 금융회사 인력 수요의 구성에 변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노인들의 금융 소외 현상도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0대 이상의 은행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6.3%에 불과하다. 60대도 18.7%밖에 안 된다. 30대가 87.2%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차이다.
은행들이 ‘어르신 전용 상담 전화’나 ‘큰 글씨 약관집’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고령층 고객은 많지 않다. 한국은행이 60대 이상 노년층을 상대로 ‘간편결제ㆍ 송금서비스를 왜 이용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들어본 적 없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서비스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위한 대면 방식의 서비스가 꾸준하게 제공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미국과 스페인, 네덜란드의 일부 은행들은 대면과 비대면 채널을 융합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를 기준으로 공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