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절벽ㆍ점포수 1위 자리 놓고 신경전은 치열…불황에도 높은 임대료는 ‘갸우뚱’
서울 지하철 7호선에 편의점 매물 40개가 나왔다. 출점 절벽에다 치열한 1위 경쟁까지 겹치면서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됐으나 예상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다. 5년간 최저 임대료 211억 원이라는 너무 높은 비용 때문이다. 편의점들이 점포 수 경쟁에서 수익성 위주 전략으로 선회한 만큼 무리한 금액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8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7호선 수락산역, 상도역 등 40개소에 편의점 브랜드전문점 임대차 신청을 10일까지 받는다. 임대 대상 40개소의 총규모는 1670.29㎡, 평균 점포 규모는 41.75㎡(12.6평)이다. 임대 기간은 5년이며 전체 기간의 기초 금액은 211억7491만 원(부가세 포함)으로 이 중 임대 보증금은 계약 금액의 30%다. 낙찰업체는 계약기간 만료 후 임차인 갱신청구 시 최대 5년간 계약 갱신이 가능한 조건이다.
지난 10년간 GS25로 운영돼온 이들 점포에 대해 업계는 치열한 싸움을 예상했다. 퇴직자 창업 열풍으로 2015~2017년 사이 매해 3000~5000개씩 편의점 점포 수가 급증했다. 통상 5년 계약 시기를 고려할 때 이들 중 상당수가 내년부터 브랜드 재계약 협상에 들어가기 때문에 상대 가맹점을 빼앗아오며 간판이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GS25와 CU의 점포 수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하철 7호선에 입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GS25가 점포 수 1만3899개를 기록하며 17년 만에 CU(1만3820개)를 누르고 점포 수 선두 자리를 꿰찼다. 배경에는 지난해 4월 과거 CU가 운영하던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신논현, 25곳)을 GS25가 낙찰받은 효과가 컸다. 한 번에 50개를 따라 붙으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GS25가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7호선 40개를 CU가 낙찰받으면 한 번에 80개를 좁힐 수 있는 만큼 점포 수 1위 자리 재탈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양 사의 점포 수 차이는 79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입찰 공고가 나오자 편의점 업계는 예상외로 신중한 분위기다. A편의점 관계자는 “기초가가 높아 꼭 입찰에 나서야 하는 입장은 아니다”라면서 “수익성을 따져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검토 중이지만, 아무래도 수익성 위주의 출점 전략이라 적극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C사 관계자는 “비용이 높아 계륵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
소극적인 자세의 배경은 매출 대비 과도한 임대료 탓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제시한 지하철 7호선 매점 40곳의 최소 낙찰가는 5년간 211억7400만 원으로, 매장 한 곳당 임대료만 평균 연 1억 원(월 882만 원)이 든다. 통상 비슷한 규모의 지하철 역사 내 일반 상가의 임대료가 월 350만 원 내외인 것과 비교할 때 과도하게 높다.
더욱이 7호선의 최근 입찰인 2018년 10월 ‘건대입구역 등 9개소(건대입구역~미아역)’의 최저 낙찰가 27억9900만 원에 비해서도 비싸다. 이 점포는 당시 CU가 33억8131만 원을 써내 최고가로 낙찰받았다. 점포당 연간 7514만 원(월 626만 원)을 임대료로 지불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매출이 높은 것도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가맹점 매출은 연평균 3억7766만 원에 불과하다. 빅5 브랜드의 경우 이보다는 높은 4억~6억 원 수준이지만 지하철 점포는 역사 운영 시간 이후에 문을 닫아야 하고, 대부분 공간이 지하라는 공간적 제약도 따라 매출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 때문에 최근에는 지하철 편의점 등 특수 상권의 인기가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지하철 9호선 입찰 경쟁 당시엔 점포 수 1위 경쟁이 치열하던 와중인데도 기존 운영사인 CU가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낮은 금액으로 응찰해 GS25가 손쉽게 사업권을 따냈다. 미니스톱은 기존에 운영하던 지하철 1~4호선 내 14개 점포의 2017년 재입찰에 아예 나서지 않았고, 현재 운영 중인 지하철 역사도 없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GS25가 손쉽게 재연장에 성공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에 17년 만에 점포수 1위를 꿰찬 만큼 ‘2개월 천하’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하철 편의점은 홍보 효과를 제외하고는 돈이 안 되는 만큼 기존 운영사로 인테리어 비용을 아낄 수 있는 GS25가 그나마 적극적일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오히려 육군 PX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6월 나오는 해군 PX 260개에 관심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GS25 관계자는 “점포수 외연 확장을 위해 과도한 금액으로 무리하게 입찰에 참여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