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감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집중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는 16거래일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총 2조5167억9014만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중 삼성전자(1조1520억8278만 원), SK하이닉스(6433억4643만 원) 두 종목에만 전체 순매수 금액의 71.34%가 몰렸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의 절반 이상이 전기ㆍ전자 업종”이라며 “지난해 연말 외국인 매도 규모가 큰 데다 펀더멘털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어 외국인 수급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매수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모두 나란히 상승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79%(1000원) 오른 5만6800원에, SK하이닉스는 3.62%(3400원) 오른 9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약 2주 만에 종가 기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삼성전자도 장중 한때 5만74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주가 상승세가 이어졌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반도체 업황이 반등해 코스피 주도주가 될 것이란 전망은 꾸준히 제시돼 왔다. 이에 부응하듯 삼성전자는 이날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59조 원, 영업이익이 7조1000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0.46%, 34.26%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6조5000억 원)를 크게 웃돌았다.
실적 개선과 매수세가 몰리면서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노동길 연구원은 “시장 관심은 기본적으로 올해 실적에 쏠려있는데, 올해 실적은 작년보다 좋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며 “1~2분기 반도체 반등을 점치는 데다 최근 재고 수요에 대한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주식 매수세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낸드(NAND) 가격 상승에 이어 1분기 디램(DRAM)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작년 수요 공백으로 모든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감산 및 비메모리 전환투자를 통해 시황에 대응했기 때문에 올해 수요 여건은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