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해리 왕자 부부는 왕실 가족 일원으로서의 역할에서 물러날 것이며 재정적으로도 독립된 삶을 살겠다고 밝혔다.
영국 버킹엄궁이 이날 오후 발표한 해리 왕자 부부 명의의 성명에서 이들은 “우리는 ‘시니어’(senior) 왕실 가족 일원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한편, 재정적으로 독립하려 한다”면서 “물론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영연방, 현재 맡은 직에 대한 의무는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과 북미를 오가면서 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양국에서의 균형 잡힌 삶은 우리 아들에게 왕실 전통에 대한 감사함을 갖게 하는 한편, 우리가 새 인생에 초점을 맞추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시니어’ 왕실 가족에 대한 뚜렷한 정의는 없지만, 통상적으로 왕실 내에서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와 찰스 왕세자를 포함한 여왕의 직계 자녀, 찰스 왕세자의 직계 자녀인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 부부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해리 왕자 부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데는 사생활을 파헤치는 언론에 대한 불만, 형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의 불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해리 왕자 부부가 결혼한 이후 이들은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들은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쏟아내왔다. 해리 왕자 부부는 메건 마클 왕자비가 생부 토머스 마클에게 보낸 편지 원문과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 등을 실은 언론을 고소하기도 했다.
당시 해리 왕자는 성명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의 인격체로 다뤄지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봐왔다”면서 “나는 어머니를 잃었고 지금 내 아내가 같은 이유로 희생양이 돼 가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형 윌리엄 왕세손과 불화설에도 시달렸다. 그는 지난해 10월 I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 “전부 과장이거나 허위인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는 확실히 서로 다른 길 위에 있다”고 불화설을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그들이 재정적으로 독립하겠다는 발언은 공공자금을 받는 것을 그만두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현재 그들은 왕실 교부금(영국 의회에서 왕실에 제공하는 보조금)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