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정책 반영 못하는 재무제표…“기업 배당여력 과대 평가 우려”

입력 2020-01-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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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ㆍ회계학회 ‘자기주식과 배당의 새로운 회계처리 모색’ 세미나 개최

최근 기업이 주주환원 수단으로 자기주식 취득을 확대하고 있으나, 현행 재무제표 표시방법에서는 이를 이익잉여금으로 반영하지 않아 기업의 배당 여력이 과대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회계학회와 공동으로 1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자기주식과 배당의 새로운 회계처리 모색’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의 발제를 맡은 황인태 중앙대 교수는 최근 자사주가 배당과 함께 주주환원 수단으로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금융사인 KB와 신한지주를 포함해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취득하고 있다”며 “자사주를 보유한 상장기업은 2007년 782개 기업에 불과했으나 2018년 1372개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자기주식을 취득하면 사실상 그만큼 기업의 배당가능이익이 감소하지만, 재무제표상에서 이를 표기하지 않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상법은 자본충실의 원칙상 자기주식 취득을 예외적으로만 허용했으나, 2011년 개정을 통해 전면적으로 허용하며 한도를 배당가능이익으로 설정했다.

(자료=한경연)

황 교수는 “현재 회계처리는 기타자본 차감으로 공시하고 있어 이익잉여금에 영향을 주지 않아 외부에서 기업의 배당여력을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익잉여금에 반영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사내유보금으로 불리고 있는 유보이익(사업에 재투자하기 위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순이익 누적액)이 과대 계산돼 처분과 투자 압력으로 연계되는 문제점에도 연결된다며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황 교수는 “자기주식의 매입과 이익소각은 현금의 사외유출로 회계적 관점과 경제적 효과 면에서 배당과 동일하나 그 정보가 회사의 배당정보 공시에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방법으로 사업보고서의 배당 정보에 자기주식 취득과 이익소각 관련 정보인 이익소각과 자기주식순취득액을 함께 공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황 교수는 현금배당성향 공시에 있어서 자기주식 취득 및 이익소각 효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실질배당성향과 간주배당성향을 추가로 도입해 배당정보를 3단계로 제공하자고 주장했다.

현금배당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누어 계산하는 현행 현금배당성향은 자기주식취득과 이익소각 효과는 포함되지 않아 과소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현금배당액과 자기주식이익소각액을 사용한 실질배당성향과 여기에 자기주식취득액을 더하고 자기주식처분액을 차감한 금액을 이용한 간주배당성향을 표시하자는 것이다.

이를 삼성전자에 적용한다면, 2017년 현금배당성향은 14.1%에 불과하나 실질배당성향은 42.8%, 간주배당성향은 63.0%로 증가하게 된다. 현금배당뿐만 아니라 유사한 경제적 효과를 가진 자사주 취득·소각을 함께 계산해 주주환원 효과가 더욱 정확하게 드러난 셈이다.

(자료=한경연)

이날 세미나에서 이뤄진 종합토론에서는 주주환원 확대의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관련 법제를 개선해 기업실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토론자들은 배당 및 자사주처리 관련 회계정보의 추가적 제공에 동의했다. 송민섭 서강대 교수는 “하나의 경제적 사건에 대해 형태에 따라 다른 회계처리가 적용되고 그 결과 배당금액이 달라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세환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은 “우선적으로 배당 및 자사주 정보를 주석에서 자발적으로 보여주도록 권고하거나 유도하는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강경진 상장협 회계제도팀장은 “미실현이익 계산방법에 대한 법무부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촉구하며 현재의 복잡한 계산방법으로 인한 기업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부재한 한국에서 자사주 보유가 경영권방어수단으로도 이용되는 데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주주환원 요구가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서 회계기준과 상법을 비롯한 관련 법제도 전반의 점검과 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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