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부터 오창 광학 3동 편광판 생산라인 정지…180여 명 인력 재배치
LG화학이 국내 대형 LCD(액정표시장치)용 편광판 생산 라인 일부를 가동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LG그룹 차원의 ‘탈(脫) LCD’ 전략으로 LCD 편광판 사업 매각이라는 초강수까지 검토하던 LG화학이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국내 대형 LCD 편광판 생산설비를 멈춘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오창 광학 3동의 대형 LCD 편광판 생산라인이 이달 1일부터 가동을 멈췄다. 편광판은 LCD 패널의 전ㆍ후면에 각각 부착돼 빛을 통과하게 하거나 차단하는 필름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LG화학의 대형 LCD 편광판 라인가동이 멈췄고 아직 소형 LCD 편광판은 생산 중이지만 양이 많지 않다”며 “중국에서는 편광판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학 3동의 생산라인 가동이 멈추면서 관련 직원 180여 명이 여수 등 사업장으로 재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이 국내 대형 LCD 편광판 생산을 축소하는 것은 그룹 차원의 LCD 사업 출구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레드오션’으로 분류된 LCD 대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고부가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LCD 시장은 정부의 보조금에 힘입어 LCD 패널 생산을 크게 확대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 탓에 공급 과잉에 빠지며 LG디스플레이가 고전하면서 적자의 늪에 빠지자 결국 LCD 사업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대신 OLED로의 사업 구조 전환을 가속하겠다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를 최대 고객사로 둔 LG화학 역시 LCD용 소재 사업을 축소하고 대신 OLED 사업에 집중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LCD 편광판 사업부와 유리기판 사업부를 매물로 내놓은 대신, 지난해 4월 미국 다우 듀폰으로부터 차세대 OLED 소재 기술인 ‘솔루블(Soluble) 공정’을 2000억 원가량에 사들인 것도 새로운 전략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대형 LCD 편광판 생산 축소에 대해 업계에서는 LG화학의 ‘초강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LCD 사업을 정리하려는 LG화학이 사업부 매각에 속도를 내지 못하자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생산을 축소해버리는 과감한 한 수를 뒀다는 평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국내 TV용 LCD 생산을 올해로 대부분 정리할 계획이라는 점도 LG화학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미국에서 “TV용 LCD 패널 생산 라인을 IT용으로 전환하고 국내 TV용 LCD 패널 생산을 연말까지 대부분 정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대형 LCD 편광판 생산 축소라는 초강수를 둔 LG화학이 탈 LCD 작업에 속도를 붙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부터 편광판과 유리기판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매각 작업에 큰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LG화학은 지난해 9월 LCD 편광판 사업에 대해 “사업 경쟁력 강화와 사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사업 경영권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또 10월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는 사업 매각설과 관련해 “내용이 구체화했을 때 커뮤니케이션하겠다”고 답했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유리기판사업은 최근 매각 작업에 실패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 생산설비 중단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라인 효율화 작업 중이며, 상세 내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