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우선 유권자에 대한 선물 불법증여 의혹으로 물러난 스기와라 잇슈(菅原一秀) 전 경제산업상과 선거운동 때 운동원에게 허용된 상한금액의 두 배의 일당을 준 혐의로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고발당한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의원, 카지노 리조트 건설과 관련해 중국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는 시라스가 다카키(白須賀貴樹) 의원 등 자민당 국회의원 3명이 오랜만에 국회에 모습을 나타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거부해 국민의 분노를 샀다. 이번 국회는 6월 17일까지 150일간이고 연장이 허용되지 않는다. 약 5개월간의 회기이지만 아베 정권의 스캔들이 위의 3명 이외에도 많아서 제대로 법안 심리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여당인 자민당 간부들은 올해 국회가 어렵게 시작됐다며 아베 내각의 방어일변도 전개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아베 내각과 자민당은 최근 이런저런 스캔들에 대해 모두 ‘의원 개인의 문제’라는 입장을 밀고 나갈 방침으로 보인다.
그리고 ‘벚꽃 스캔들’, 즉 지난해 4월 정부 행사로 개최된 ‘벚꽃을 보는 모임’에 아베 총리 선거구에서 불법적으로 약 1000명이 초청돼 그들의 음식비 지급금액 일부에 국민의 세금이 사용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명단 데이터가 삭제된 상태라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을 관철할 것으로 알려졌다. 벚꽃 스캔들에 대해서는 2018년 모임에서도 아베가 800명 정도의 자민당 지방의원들을 불법으로 초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이 걸려 있었던 아베가 지방표를 확보하기 위해 이들 의원을 초대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리가 많은데도 아베 내각이 강경 자세로 나가려는 배경에는 내각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했다는 사실이 있다. 니혼뉴스네트워크(NNN)와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주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12월보다 4%포인트 오른 52%였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37%였다.
최대 위기로 보였던 ‘벚꽃 스캔들’보다 최근에는 자위대를 중동으로 파견하는 문제나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의 레바논 도주 사건 등으로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므로 아베 내각은 큰 사건들이 많아지면 결국 자신의 스캔들은 국민의 머릿속에서 잊힐 거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도쿄올림픽 이후인 올해 가을 경기가 침체한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에 아베 정권 상층부는 이번 국회에서 추가예산의 조기 성립이야말로 최대의 경기 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해 국민을 설득한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민에게 신의를 묻기 위해 아베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거를 실시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현재 후퇴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1대 1로 야당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 예산위원회에서 공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어서 자포자기로 중의원을 해산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아직 남아 있다. 여론조사 결과 정권 지지율이 상승했으므로 지금 선거를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아베 총리가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
한편 야당 측은 이번 국회에서 아베 총리를 철저히 추궁하겠다는 태세다. 특히 자민당 국회의원 체포까지 나온 카지노 스캔들과 관련해 야당들은 사업 추진 자체를 저지할 계획이다. “도박에 의존하는 아베 정권의 경제 정책은 정상 궤도에서 벗어났다”며 야당 측은 카지노를 금지하는 법안을 20일 아침 공동 제출해 일찌감치 정부 여당과 대결 양상을 보였다. 야당들은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스캔들과 관련해서는 일문일답 방식으로 아베 총리를 추궁할 수 있는 예산위원회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야당은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江) 여사도 스캔들과 관련 있는지 추궁하려고 벼르고 있다.
아베 정권이 이런저런 스캔들을 돌파할 수 있을지 당분간 일본 국회 상황에서 눈을 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