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55.5세 역대 최고령…세대교체 없이 ‘86세대’가 중심
17대 국회 40대 미만 23명 당선…20대 총선선 고작 3명 역대 최저
청년 관련 법안, 총 의안의 1.4%…356건 중 209건 논의조차 못해
20대 총선이 치러진 2016년 기준으로 2030 연령대에 속하는 인구는 1516만1750명이었다. 이 가운데 국회의원은 단 3명에 불과해 한 사람당 505만3917대 1의 확률로 금배지를 받았다. 단순 계산으로 벼락 맞을 확률보다 32배가량 높은 경쟁률을 돌파해야 ‘청년 국회의원’이 된다는 얘기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간 정치에서 소외돼 있던 청년 세대가 더 활발하게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여야를 막론하고 확산하는 중이다.
◇ 유권자 35%가 2030인데, 의석은 300석 중 3석 = 국회가 ‘사회의 축소판’이 돼야 한다는 원칙에서 비례성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20대 총선에 ‘인구 비례성’을 원론적으로 적용한다면 당시 2030 연령대 인구 비중은 29.6%에 해당해 적어도 89명의 ‘2030 국회의원’이 배출돼야 한다. 전체 국민이 아닌 유권자 숫자(4210만398명)로 범위를 좁히면 105명이 나와야 해 국회의 세대별 왜곡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선거를 거듭할 때마다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20대 지역구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55.7세로 제헌의회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3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45.7세로 20대(55.5세)보다 10살가량 적었다. 비교적 최근 선거만 살펴봐도 17대 50.8세, 18대 53.2세, 19대 54.5세, 20대 55.7세로 갈수록 고령화하는 중이다. 사회 전반적인 노령화 진행을 고려하더라도 현역의원의 고령화 추세는 가파른 편이다.
◇ 맥 끊긴 ‘청년 정치인’…국회의원 82.4%가 5060 = 국회의 평균연령이 계속 높아지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을 이끈 이른바 당시 ‘386세대’가 국회에 입성하던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정치권에는 세대교체 논의가 활발했다. 김민석 전 의원이 15대 총선에서 31세로 최연소 당선된 이후 16대 총선엔 임종석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선됐다. 이후 17대 국회에서는 민병두, 강기정. 이광재. 이인영. 우상호. 김태년, 백원우, 최재성, 이철우, 정청래, 안민석 등 정치인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나이로 초선 배지를 달았다.
이후로는 정치 세대교체의 맥이 끊겼다. 선거 때마다 ‘물갈이론’을 타고 새 인물이 등장했지만, 세대로 따져보면 대부분 ‘386세대’의 주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 신인의 평균연령은 계속 상승했다. 17대 국회에서 23명에 달했던 40세 미만 당선자는 18대 국회 7명, 19대 국회 9명으로 크게 줄었다. 20대 국회에서는 역대 국회 최저치(3명)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5060 연령층은 빠르게 늘었다. 20대 국회의원 당선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연령대는 50대로 53.7%에 달한다. 그 뒤를 이은 것이 28.7%를 차지한 60대다. 50대와 60대 의원의 비율만 82.4%다.
◇ 청년 정치인 없으니 청년 법안도 ‘찔끔’ = 청년 세대를 대변한 정치인이 줄어들다 보니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법안 발의도 저조하다. 27일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의안 총 2만4759건 가운데 ‘청년’이라는 단어가 한 번이라도 들어간 법안은 346건으로 전체의 1.40%에 불과하다. 그나마 기준을 최대한 폭넓게 잡은 결과다. 이 중에 가결이든 부결이든 처리된 법안은 39.6%(137건)뿐이다. 나머지 60.4%(209건)는 제대로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한 채 계류하고 있다. 20대 국회 첫날 발의된 ‘청년기본법’은 거의 4년이 흐른 올해 1월에야 겨우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결국 정치권의 ‘청년 소외’가 정책으로까지 연결되는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젊은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