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에 대비해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실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재판장 이근수 부장판사)는 31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고 전 대표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모 전 애경산업 전무는 징역 1년을, 이모 전 애경산업 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로 야기된 심각한 피해와 사회적 충격을 고려할 때 제조ㆍ판매ㆍ유통 과정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해야 하고, 엄중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며 “피고인들이 인멸하고 은닉한 자료는 대부분 애경산업이 제조에 관여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과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해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된 실체적 진실규명에 일정 부분 지장이 초래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피고인들 행위는 소비자들이 겪은 고통을 외면한 채 사회적 비난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이기적인 의도로 행해진 것이고, 전사적 범위 내에서 계획적으로 이뤄져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 전 대표는 2016년 2월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수사에 대비해 애경산업에 불리한 자료를 인멸하고 은닉하는 방안을 포함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국정조사에 대비해 비밀 사무실을 차리고 별도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애경산업 서버를 포렌식 한 뒤 이를 바탕으로 국회 제출 자료를 정리하는 등 계속해서 증거인멸을 한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