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선언 37년...이재용 윤리경영 퀀텀점프 채비

입력 2020-02-02 11:00수정 2020-02-0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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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공백 불확실성 가중 경험 '준법 경영' 더 절실

삼성전자가 8일로 메모리 반도체 진출 37년을 맞는다.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은 1983년 ‘2ㆍ8 도쿄 선언’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고, 10년 후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낡은 관행을 버리고 사업 질을 높이자는 ‘삼성 신경영’을 선언했다.

파기환송심 재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입에선 어떤 선언이 나올지 재계의 시선이 쏠린다.

1974년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선대회장과 비서실의 반대에도 “반도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사업”이라며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했다. 1977년 이병철 선대회장이 한국반도체의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면서 한국반도체는 삼성반도체로 바뀌었다.

이후 1980년 삼성반도체는 삼성전자로 합병됐다. 반도체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병철 선대회장은 대규모 투자를 결심했다. 1983년 2월 8일, 이른바 ‘2ㆍ8 도쿄 선언’이 나온 배경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으로 새로운 변곡점을 맞게 된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대변되는 신경영 선언을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모바일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올랐다. 치킨게임을 끝낸 반도체 사업도 탄력을 받아 삼성전자를 글로벌 대기업의 반열에 올려놨다.

이재용 부회장의 선언이 화두가 된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는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 이건희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며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금까지 이 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이 부회장의 신경영은 ‘준법 경영’과 ‘잘못된 과거와의 결별’로 요약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 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고, 김지형(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올해 초 조직개편에서는 준법감시조직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변경해 독립성을 높였다. 전담조직이 없던 계열사들은 준법감시 전담부서를 신설하며, 변호사를 부서장으로 선임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삼성 계열사들도 준법감시 전담부서를 신설했고, 준법실천 서약식도 열었다.

이 부회장의 ‘존경받는 기업’에 대한 고민, 사회와의 소통 의지는 그동안 꾸준히 확인됐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라는 국민적 비판 등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으로서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부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사과문을 읽은 것은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삼성병원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왜 보건당국 대신 삼성에서 머리를 숙여야 하냐는 반대 여론도 나왔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책임 경영 의지와 사회 소통 의지를 엿볼 수 있었던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에는 이 부회장이 삼성가(家) 롤모델로 알려진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의 마르쿠스 발렌베리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 회장과 만나 이목을 끌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삼성의 여러 문제는 결국, 기업 경영 리스크를 초래하고 재판에 따른 경영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 단순히 윤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경영상 현실적인 이유로도 준법경영 필요성은 이번 기회에 더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준법과 상생경영 관련한 혁신적 업그레이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더 깊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 중의 하나가 ‘잘못된 과거와의 결별’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새해 첫 경영 일정으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아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는 사업적 혁신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기업으로 가기 위한 ‘100년 삼성’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이 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단순히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기 위한 차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파기환송심을 계기로 ‘윤리 경영’에 대한 확고한 시스템이 정립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1일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초일류 100년 기업의 역사를 쓰자고 다짐하며, 화이팅을 힘차게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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