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수요 평상시 대비 최대 100배…대량구매·수출금지 등 대응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신종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만성적인 마스크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공포 속에서 유일한 예방책으로 여겨지는 마스크의 인기가 치솟은 탓이다. 현재 마스크, 검사키트 등 수요는 평상시 대비 최대 100배, 가격은 최대 20배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 산업계, 의료시장이 비상에 걸렸고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신종코로나가 처음 발병한 국가이자 세계 최대 마스크 생산국인 중국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마스크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마스크제조업체 ‘메디콤’은 상하이 공무원으로부터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마스크를 지방 정부에 판매하라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받았다. 로널드 루빈 메디콤 최고경영자(CEO)는 “그들 역시 국민들을 돌봐야 한다”며 “지장을 받기는 하지만, 어쩔 도리가 있겠냐”고 말했다. 둥관시 지방정부 역시 또 다른 마스크 제조업체 ‘마크라이트’ 소유의 현지 공장에서 만드는 모든 마스크를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에서 생산된 마스크 중 일부는 통상적으로 홈디포, 카디널헬스 등 미국 의료기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로 보내졌다.
문제는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마스크업체들이 중국 현지에서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도 없다는 것이다. 주요 도시 간 이동 제한 등으로 인해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이후 일터로 복귀하지 못한 직원들이 많아서 생산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마스크 품귀 현상’이 국제적 이슈인 만큼 해외 공장에서의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다. 메디콤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와 프랑스 공장의 생산량을 확대했다. 연간 1억7000만 개의 마스크를 만드는 프랑스 공장은 5억 개의 주문을 받았다.
때아닌 마스크 대란에 행동에 나선 것은 중국 지방정부뿐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 정부는 최근 잇달아 마스크가 해외로 새 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 인도와 대만은 ‘마스크 수출 금지령’을 내렸다. 태국 정부도 최근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가격 관리 품목으로 지정하는 한편, 500장 이상의 마스크를 수출할 때는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조치했다고 일간 방콕포스트가 전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관련 업체가 아님에도 직접 마스크 생산에 나서는 기업도 나타났다. 연합보 등에 따르면 애플의 위탁 생산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은 중국 선전에 위치한 룽화공장의 일부 생산 라인을 돌려 의료용 마스크를 만들기로 했다. 지난 5일부터 시제품 생산에 돌입한 이 공장은 이달 말까지 하루 200만 개의 마스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자체 직원 및 중국 내에 우선 공급한 뒤, 향후 대만을 비롯한 각국에 수출할 방침이다.
마스크 부족 여파에 의료 분야 역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뉴욕의 노스 웰 헬스는 산하 800여 개의 진료소 중 고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어느 곳에 우선적으로 마스크를 배포할지 분석하고 있다. 또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에 따라 가능하면 마스크를 재사용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본사를 둔 카이저 퍼머넌트는 마스크를 착용할 직원 수를 제한, 낭비를 억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