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영 부국장 겸 유통바이오부장
확진환자가 다녀간 동선에 따라 영화관, 유통 매장, 병원, 어린이집, 직장 등이 줄줄이 임시 휴업하거나 폐쇄되면서 경제적 손실과 국민 불편도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세한 자영업 매장이나 사업자는 사정이 더 심각해 소상공인연합회의 실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7.9%가 신종 코로나로 매출 타격을 입었다고 답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의 갑작스런 출몰로 폭탄을 맞은 곳은 오프라인 소매 유통가다. 확진자가 다녀간 롯데백화점 본점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부터 사흘간 문을 닫았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롯데백화점 본점과 같은 건물에 있다는 이유로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았는데도 동시 휴점했다. 확진자가 다닌 직장으로 밝혀진 GS홈쇼핑은 직장 폐쇄를 결정하고 사흘간 생방송을 중단했다.
소비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업종 특성상 방역작업에 따른 일시 휴업이 불가피하다지만, 통상 수명이 2~3일인 바이러스 특성을 감안할 때 환자가 이미 오래전 다녀간 매장들이 굳이 며칠씩 문을 닫을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맞을 수 있다. 당연히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계속 영업할 경우 매출과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따라 대부분 유통업체들이 지나치다 싶을 만큼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소비는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이미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이 두 자릿수로 빠지고, 외식업체의 84%가 한 달 매출이 30% 이상 감소한 ‘악몽’을 겪어봤던 터라 업계는 방역도, 매출 감소도 다 걱정이다.
유통업계 내에서도 과잉 대응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는 물론 직원 안전 차원에서도 휴업하는 게 맞다고 본다. 오히려 어설프게 하루 이틀 매출을 생각했다가 소탐대실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일상적인 소비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도와주지 않고 확진환자가 왔다만 가도 문을 닫아야 하는 분위기다. 왜 기업만 과잉 대응해야 하나”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는 대국민 성명을 통해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 인근 학교와 상점 등의 문을 닫게 하는 것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고 공포와 낙인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소모하게 된다”면서 “확진 환자가 방문한 시설과 직장도 적정한 환경소독으로 충분하며 장기간 폐쇄는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더 이상 경제활동 및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보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정부의 방역 대응을 믿고 일상생활을 해 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알다시피 소비는 심리다. 졸업식, 입학식은 거의 다 취소됐고 내일모레로 다가온 밸런타인데이도 예년 같은 소비는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들도 웬만한 행사는 다 미루거나 불참하기로 해 적어도 올 상반기 국내 소비는 개선 가능성이 낮다.
최근 몇 년 새 메르스부터 조류인플루엔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일본 불매운동에 신종 코로나까지 국내 소비 시장은 연례행사처럼 대형 사건들이 덮쳐 더 이상 견뎌낼 맷집도 바닥난 상태다. 시장으로서는 예고 없이 일어난 일들인 만큼 천재지변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손실 역시 보상 받을 길은 없다. 정부는 당국이 입시 휴업을 강제한 게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 판단에 따른 선택인 만큼 보상할 근거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가 더 두렵다고 말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 되는 거라고 애써 위안할 수 있지만 그 후로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혹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h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