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진 탓에 ‘비상경영’ 자구책에도 자본확충 효과 미미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이 자구책 진행에도 재무개선에 실패하고 영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등급 하락 압박이 커졌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일렉트릭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현재 현대일렉트릭의 신용등급은 ‘A-’이며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1567억 원을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전년도 영업손실 1166억 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매출은 1조7711억 원으로 8.7%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2643억 원으로 전년도 보다 47.7% 늘었다.
국내외 설비투자 침체, 미국의 반덤핑 고관세 부과 등 시장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수주물량 감소와 경쟁 심화에 따른 저가 수주 등이 이어진 탓에 매출은 줄고 영업손실은 확대됐다.
이에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일렉트릭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일렉트릭이 영업적자와 자산손상 등으로 ‘비상경영’ 계획을 통해 진행한 자본확충 효과가 상당 부분 반감돼 등급하향 압력이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잠정실적 기준 차입금의존도는 34.2%로 등급 하향요인인 35% 초과에 근접한 수준이다. 순차입금/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등급 하향조건을 충족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영업수익성이 과거 대비 저조할 전망인 가운데 유상증자,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안 시행에도 불구하고 재무안정성 저하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결산실적 공시 이후 실적 보완 및 리스크 요인을 추가 검토한 후 대규모 적자시현 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신용등급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구계획을 진행하고 지난해 9월에는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등 고강도 비상경영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선박제어사업을 현대중공업에 196억 원에 양도했으며 9월에는 마북리 연구소 부지를 현대오일뱅크 560억 원, 현대건설기계 37억 원에 분할 양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상증자를 실행했다.
그러나 주가 하락으로 인해 유상증자 규모가 애초 계획한 1500억 원보다 적은 1073억 원에 그쳤다. 4분기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차입금 감소도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한기평은 “비상경영계획에 따른 자본 확충 효과가 상당 부분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현대일렉트릭은 올해 불가리아 법인 매각 289억 원, 선실공장부지 매각 300억~350억 원 등 추가적인 자구안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반덤핑 소송과 관련한 우발채무 리스크와 올해 투자계획 등을 고려하면 재무안정성 개선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미국 반덤핑 4차 소송에 대해 648억 원의 충당금을 설정했으나 추가로 5차 소송 관련 3753만4000달러 규모의 우발채무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 기존 충당금을 설정한 2~4차 소송의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최종판결 시 현금유출 가능성도 있어 중기적으로 재무안정성이 추가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김동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근원적인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비우호적 영업환경도 지속되고 있어 단기간 내 유의미한 영업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등급하향 압력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기평과 나신평은 현대일렉트릭에 ‘A-(부정적)’을 각각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