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그룹주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도 몸집을 불리고 있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이 삼성그룹 주식에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삼성그룹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5종목 순자산이 직전 거래일 기준 총 4880억 원 늘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ETF 순자산 총액은 총 37.34% 늘어난 1조7944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시장 대표지수인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서 총 3조2411억 원가량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통상 ETF 순자산은 △가지고 있는 자산의 가격이 오르거나 △유동성 공급자(LP)가 추가로 ETF 펀드를 설정하는 경우 늘어난다. 삼성그룹 ETF의 경우 두 가지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졌다. 연초 이후 삼성그룹 대표주 주가는 대부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지난달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종가 기준 6만 원 대에 진입했고, 삼성SDI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 상승세에 ETF 수익률도 함께 오름세다. ETF 다섯 종목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7.60%를 기록했고, 최대 12.34%(KINDEX 삼성그룹섹터가중)까지 수익이 났다.
높은 수익률에 개인투자자는 삼성에 연달아 ‘베팅’하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는 연초 이후 관련 ETF 다섯 종목을 총 27억1413만 원어치 사들이며 기관과 외국인이 대거 던진 물량을 받아내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순자산 1위를 기록하고 있는 ‘KODEX 200’을 77억 원가량 순매도한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추가 설정도 늘었다. ‘KODEX 삼성그룹’ ETF의 발행수익증권은 연초 대비 직전 거래일 기준 2억2330만 좌로 26.59% 늘었다. ‘TIGER 삼성펀더멘털’ ETF 수익증권도 5.88%(6만 좌)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삼성’이란 믿을 수 있는 브랜드에 다양한 자산에까지 분산 투자할 수 있는 ETF의 특성이 투심을 끌어냈다고 분석한다. ‘KODEX 삼성그룹’ ETF의 경우 삼성전자(전기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 호텔신라(유통) 등을 담고 있다. 삼성 그룹사 전반에 투자하는 동시에 업종별 분산 투자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다만 똑같은 삼성 그룹주 ETF라고 해도 각 자산을 담고 있는 비중이 상이한 만큼 포트폴리오를 살펴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실제 ‘KODEX 삼성그룹’과 ‘KINDEX 삼성그룹동일가중’ ETF는 삼성전자를 각각 25.88%, 6.92% 담고 있다. 각자 추종하는 지수와 운용 방식이 달라 수익률도 상이하다.
최황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같은 그룹주 펀드로 묶인다고 해도 모든 펀드는 담고 있는 주식, 즉 기초자산 비중이 다르고 운용 방식이나 리스크 특성도 모두 다르다”며 “따라서 각 펀드가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을 담고 있는지 주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