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의 피해자로 지목된 진보 성향의 현직 부장판사가 현 정부를 비판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글을 올려 파문이 예상된다.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수호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며 문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나는 문재인 정권의 출범에 즈음해 새로운 정권의 성공을 희망했고, 문 대통령이 표방한 '사람이 먼저다'라는 기치에 걸맞은 새로운 한국 사회의 탄생을 기원했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그러나 약 3년이 지난 현재 그동안 천명해 온 문 정권에 대한 지지의 의사를 철회하기로 심사숙고 끝에 결심했고,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평범한 국민을 향해 그간 일련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직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이른바 권력의 핵심이 저지른 '조국 사태'에 대해 합리적인 이성에 입각해 숙고했음에도 (문재인 정권은) '정권 비리'가 아니라고 강변했고, 국정을 운영하는 문 대통령 스스로 '마음의 빚' 운운하면서 조국 전 교수가 '어둠의 권력'을 계속 행사할 수 있도록 방조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연 민주 공화정을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해 얼마나 큰 해악이 되는지 한 번쯤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의문이다"며 "문 대통령 스스로 모르는 가운데 그런 언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국정 수반으로서 문제가 있는 것이고, 비헌법적인 상황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모두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없는 행동"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 자신이 대한민국의 국민 앞에 '조국 민정수석'이라는 한 개인을 놓아둔 셈이고, 이는 스스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학생운동권을 주축으로 한 파생적인 권력 조직의 생성화 현상을 추적해보면 한국 사회는 비정상적인 점조직의 구축에 의해 공식적인 민주주의 사회 구조를 은밀하게 유린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는지 의문이고, 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유일한 '선(善)'이라고 간주한다면 이것이 더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주장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김 부장판사는 해당 게시글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며 논란이 일자 글을 삭제했다.
김 부장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두고서도 "대한민국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