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지구 격상ㆍ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도 계획'…"길어야 2~3달이면 집값 다시 상승"
이른바 ‘수용성’(경기 수원ㆍ용인ㆍ성남시)을 중심으로 한 집값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 확산에 정부가 조정대상지역 확대 카드를 꺼냈다. 전문가들은 풍선효과 원인을 잡아내지 못한 ‘대증 요법’이라고 비판한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수원시 영통ㆍ권선ㆍ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지난해 12ㆍ16 대책으로 서울 부동산시장을 옥죄면서 되레 경기지역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2ㆍ16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0.3% 올랐으나 경기도에선 1.7% 상승했다. 철도망 구축 등 개발 호재에 경기도 아파트값이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수원과 안양, 의왕 일대에선 집값 풍선효과가 특히 뚜렷했다. 수원 영통구와 권선구, 장안구의 경우 12ㆍ16 대책 이후 아파트값이 각각 8.3%, 7.7%, 3.4% 뛰었다. 안양 만안구와 의왕시에서도 상승폭이 2.4%, 1.9%에 달했다. 국토부가 이들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고른 이유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대출ㆍ청약ㆍ세제 규제가 엄격해진다.
국토부는 2ㆍ20 대책을 발표하면서 조정대상지역 대출 규제도 함께 정비했다. 기존까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담보 가치와 대출 한도액의 비율)이 60%로 제한됐지만, 3월부터는 9억 원 이하 50%, 9억 원 초과분 30%로 더욱 줄어든다. 10억 원짜리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빌릴 수 있는 한도가 6억 원에서 4억8000만 원으로 줄어든다. 대출 한도를 줄여 고가주택 수요를 억누르겠다는 의도다.
청약ㆍ분양도 까다로워진다. 국토부는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이 된 지역을 청약 규제 강도가 가장 높은 ‘조정대상지역 1지역’으로 묶었다. 조정대상지역 1지역에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기 전까지 입주권을 전매할 수 없다. 국토부는 2ㆍ3지역에 속했던 다른 지역도 함께 1지역으로 상향했다. 분양시장에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투기과열지구 격상,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도 계획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벌써 2ㆍ20 대책의 효과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 지역만 늘렸을 뿐 풍선효과가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기 떄문이다. 인터넷의 부동산 투자 카페에선 벌써부터 인천이나 부천, 화성, 군포 등으로 투자처를 옮기겠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주로 청약 관련 규제가 가해지기 때문에 기존 아파트값의 단기 하락으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풍선효과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다. 수도권에선 안산과 부천, 인천 등 서부권 중심으로 매맷값 키 맞추기 현상을 보이거나 서부권 교통망 호재 등의 기대감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규제 지역엔 한동안 효과를 내겠지만 중장기 대책이 아닌 탓에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며 “주변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옮겨가고 규제 지역에서도 길어봐야 2~3개월이면 다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대책의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상향을 포함해 수용성 전역에 규제 강화를 검토했다가 조정대상지역만 신규 조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져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 이반을 우려한 여당이 규제를 보류하거나 강도를 낮출 것을 요구했다는 게 정가 안팎의 후문이다. 일각에선 “총선 후 추가 규제를 내놓겠다는 의도가 아니냐”고 우려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용성 지역 집값 상승의 원인은 정부 규제로 인한 서울 집값의 불안정 때문”이라며 “이번 대책에선 여기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두 위원은 “풍선효과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서울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공급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