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시 경쟁사가 특화공정 유추할 가능성 있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직업병과 관련된 작업환경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안종화 부장판사)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소속 노무사 이종란 씨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작업환경 보고서 일부 비공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반올림 측이 요구한 측정 대상 공정이나 단위 작업 장소 등이 공개되면 경쟁 업체가 반도체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배치 방식을 유추할 수 있다”며 “경쟁 업체가 최적화된 화학물질이나 특화공정 등을 유추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작업환경 보고서에는 사업주가 발암물질인 벤젠 등 작업장 내 유해물질 190종에 대한 노동자의 노출 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한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6개월마다 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된다.
반올림 측은 2018년 백혈병ㆍ림프암 등에 걸린 삼성전자 근로자들의 ‘산업재해’를 입증하고자 1994∼2015년 기흥공장 등의 작업환경 보고서를 공개해달라고 청구했다.
고용노동부가 이에 대해 공개 결정을 내렸지만, 삼성전자 측은 이 보고서 안에 담긴 내용이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수원지법에 행정소송을 각각 청구했다.
중앙행심위는 같은 해 7월 삼성전자 측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여 일부만 공개하라고 판정했다. 지난해 8월 수원지법도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