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 손해 규모 1.2조 넘었다…손실 더 커질듯

입력 2020-02-2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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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이미 1조2000억 원 넘는 투자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2개 모(母)펀드에 대한 실사 후 자산 기준가격이 조정된 데 따른 것이다. 환매가 중단된 또 다른 모펀드인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 1호) 실사 결과까지 나오면 투자 손실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2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262개 사모펀드의 순자산(20일 기준)은 2조8142억 원으로 설정액(4조345억 원)보다 1조2203억 원이 적다. 투자 원금인 설정액보다 운용 결과에 따른 현 자산인 순 자산이 적다는 건 그만큼 투자 손실이 나고 있다는 뜻이다.

순자산과 설정액 격차는 지난 12일 2천800억 원 수준에서 급증세를 보이기 시작해 14일 9000억 원으로 폭증했다. 17일 1조 원 선을 넘은 뒤 1조2000억 원 이상으로 커졌다.

이는 최근 라임자산운용이 환매가 중단된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2개 모펀드에 대해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자산 기준가격 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고 펀드'가 아닌 라임자산운용의 나머지 펀드 투자 성적표도 그리 좋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달 20일 기준 라임자산운용의 혼합자산펀드 순자산은 2조5334억 원으로 설정액보다 1조1천130억 원 적다. 나머지 펀드의 순자산은 2808억 원으로 설정액보다 1073억 원 적었다. 혼합자산펀드에는 환매가 중단된 모펀드들이 포함돼 있다.

나머지 펀드는 혼합채권, 채권, 파생상품,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며 주로 파생형 상품에서 투자 손실이 났다. 실제로 이번 사태 여파로 라임자산운용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억 원에 그치며 전년(102억 원)보다 97억 원이나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2018년 84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적자(-14억 원)로 돌아섰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검찰 수사 등을 촉구했다. (출처=연합뉴스)

그러나 앞으로 라임자산운용 펀드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펀드 자산 기준가격 조정이 계속 진행 중이고, 특히 무역금융펀드 실사 결과가 나오면 투자손실이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실사 결과는 다음 달 말에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라임자산운용은 2400억 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자산 기준가격이 약 5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 측은 전액 손실을 예측했다. 금감원은 14일 라임자산운용 중간 검사결과 발표 당시 "무역금융펀드가 투자한 약속어음(P-note) 원금(5억 달러)은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 2개 펀드 등 5개 해외 무역금융펀드 손실과 연동되는 구조로, 이 펀드들에서 투자 손실이 2억달러 이상 나면 무역금융펀드는 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IIG는 헤지펀드 손실을 숨기고 가짜 대출 채권을 판매한 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등록 취소를 당했고 IIG 관련 펀드 자산은 동결 조치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를 근거 삼아 "무역금융펀드는 사실상 전액 손실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플루토펀드(719억 원)와 무역금융펀드(30억 원), P-note(470억 원) 등에 1200억 원 넘게 투자한 4번째 모펀드인 '크레디트인슈어드 무역금융펀드'까지 고려할 경우 투자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증권사들과 맺은 TRS 계약도 투자 손실 계산 시 고려 대상이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 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일종의 자금 대출이다. 계약 종료 시 일반 투자자보다 우선순위로 자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어 이들이 실제 자금을 먼저 회수해갈 경우 일반 투자자의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라임자산운용이 4개 모펀드와 관련해 TRS 계약을 맺고 있는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4곳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TRS 계약액(자펀드 포함)을 각각 6005억 원, 1567억 원, 98억 원이라고 소개했다. KB증권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나 1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4개 증권사의 TRS 금액을 모두 합하면 8670억 원 규모라는 추정이 나온다.

라임자산운용은 그간 "기준가격이 조정되더라도 투자자 최종 손실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금회수 노력을 통해 투자자에게 더 많은 자금이 상환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이 실현 가능한 환매·관리 계획을 수립해 이행할 수 있도록 감독할 계획이다. 라임자산운용에 파견된 검사반은 환매 관련 절차가 안정될 때까지 상주할 예정이다.

또 금감원은 합동 현장조사단을 구성해 다음 달 초부터는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의 무역금융펀드 관련 사기 혐의 등에 대해 사실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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