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에 총수익스와프(TRS) 자금을 대출해준 증권사들이 펀드 고객들보다 먼저 자금을 회수하지 말라는 대신증권의 요구를 일축하고 회수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라임 환매중단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 커지는 것은 물론, 이들 3개 TRS 계약 증권사와 판매사 간 자금 회수를 둘러싼 법정 공방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과 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ㆍKB증권ㆍ한국투자증권 3사는 12일 대신증권이 발송한 내용증명을 검토한 끝에 회신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검토 결과 대신증권의 주장에 법률적인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내용증명에 답변할 만한 내용이 없어 회신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TRS 계약은 라임자산운용과 맺었을 뿐 판매사와는 무관하다”며 “고객의 투자금을 지키려는 대신증권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우리도 자금을 회수하지 않으면 배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3사가 대신증권의 요구를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향후 자금 회수와 손실 부담을 둘러싼 법적 싸움이 예상된다.
앞서 대신증권은 3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보다 먼저 TRS 정산분배금 지급을 청구하지 말도록 요청했다. 이를 거절해 자사 고객들에 추가 손실이 발생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도 내용증명에 담겼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3사가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자금을 회수하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고, 소송 전 단계로 재산 보전 처분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다만 내용증명을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시간을 두고 (3사의 반응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TRS는 증권사가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는 대가로 자산운용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사실상의 대출로, 증권사는 펀드 만기 때 선순위로 자금을 회수하며 투자자들은 나머지 대금을 분배받는다. 자산운용사는 TRS를 이용하면 펀드 설정액보다 큰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게 되는 만큼 더 큰 이익을 노릴 수 있지만, 펀드에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더 커진다.
예를 들어 설정액 100억 원인 펀드에 10%의 손실이 발생한 경우 설정액만 투자했다면 손실액은 10억 원이 되지만, TRS 계약을 맺어 1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면 손실액은 20억 원이 되며 이는 모두 투자자들에게 전가된다.
특히 라임자산운용은 환매 중단 펀드들을 운용하면서 TRS 계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기업평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모(母)펀드 4개와 모펀드에 투자한 자(子)펀드들에 맺은 TRS 계약 금액은 총 8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매가 중단된 전체 173개 자펀드의 판매액이 총 1조6679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펀드 판매로 모집한 투자금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TRS 계약으로 조달해 운용 규모를 늘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