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작가들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친정 같은 곳이 되고 싶습니다."
장승현<사진> 안국문화재단 사무국장 겸 책임 큐레이터에게 2020년은 중요한 한 해다. 신세계갤러리 첫 공채 큐레이터를 시작으로 400여 회의 전시를 기획한 그는 안국문화재단에서 25년 이상의 경험을 살려 신진 현대미술 작가들의 토양 마련에 나섰다.
안국약품의 사회공헌 사업 중추인 안국문화재단은 업계에선 드물게 현대미술을 지원한다. 국내 미술계는 열악한 현실 속에 지원 사업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다. 안국문화재단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적재적소에 도움을 주기 위해 현대미술에 초점을 맞췄다.
핵심 사업은 지난해 첫 삽을 뜬 'AG신진작가대상' 공모전이다. 전도유망한 작가를 발굴해 상금과 전시 기회를 주는 것은 물론 더 나은 작품을 위한 컨설팅과 인적 네트워크까지 제공한다. 여섯 명 모집에 470여 명의 작가가 몰려들 만큼 반향이 컸다. 장 사무국장은 "작가가 평론가와 1대 1로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직접 만들어 준다"면서 "단순히 시상만 하고 사후관리가 되지 않는 여러 공모전과 확실한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히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것은 세계적인 수준의 작가를 국내에서 육성하기 위해서다. 국내 미술계는 순수한 창작자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면서 세계화란 핑계로 잠식될 위험에 처했다. 장 사무국장은 "SNS에 기록을 남기기 위한 관람 문화가 생기면서 신진작가를 발굴·지원하는 사업은 굉장히 취약해졌다"며 "우리 미술계가 발전하려면 작가에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다시 형성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안국문화재단은 올해 '안국문화재단 미술상'을 신설한다. 작품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시상하는 기존 방식 대신 우리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새롭게 접근하는 시상식이다. 수상작은 국내에서 열리는 3개의 비엔날레의 본 전시에 오른 작품 중에서 나온다. 비엔날레 무대에 오르기까지 여러 차례 선별 과정을 거친 작품을 다시 한번 거르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한국 작가들의 위상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장 사무국장은 "안국문화재단 미술상은 익숙한 우리나라 작가들을 재평가해 비엔날레의 기능을 일반인에게 알리는 통로로 기능할 것"이라며 "국내 작가들이 해외로 나갈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국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갤러리AG는 안국약품 본사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다. 이곳은 신진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소중한 전시장이면서 지역주민들이 언제든 편안히 들어올 수 있는 문화생활 공간이다. 지금은 '꿈과 역설'이란 주제로 다음 달 27일까지 신년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하나 장 사무국장의 손길이 닿은 작품들이다. 그는 "안국문화재단과 갤러리AG가 신진작가들이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초심을 가지고 꾸준히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