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방역망이 전국 모든 곳에서 뚫렸다.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국민들이 혼란과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상황이 엄중해지자 23일 위기경보 단계를 현재의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정부의 위기경보 ‘심각’ 단계 발령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확산 사태 이후 11년 만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3일 오후 4시 기준 코로나19 신규환자가 169명 발생해 국내 확진자는 모두 602명으로, 사망자는 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전날인 22일에는 229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확진자의 급증으로 대유행이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23일 신규확진자 169명의 대부분이 신천지대구교회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지역사회의 2차 확산을 막을 수 없는 단계다. 그동안 확진자 발견과 접촉자 격리 등 봉쇄에 중점을 두어온 1차 방역은 완전히 구멍 난 상태로 실패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기존 방역대책으로는 전염병 차단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이제라도 최고 수준의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의료계는 22일 코로나19에 대한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해 방역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대정부 권고안을 내놓았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한감염학회와 결핵및호흡기학회 등 범(汎)학계 대책위원회의 주장이다. 의료계는 사태 발생 초기에 감염원 유입 차단을 위한 중국 전역에서의 입국 제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위기경보 단계 격상도 정부는 제한적 상황으로 통제가능한 수준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다가 뒤늦게 의료계 권고를 수용했다.
이미 전국으로 퍼져가는 전염병에 국민들은 심각한 불안에 떨고 있는 현실이다. 위기경보의 ‘심각’ 단계 상향은 전염병이 제한적으로 번진 ‘경계’ 단계를 넘어선, 지역사회 및 전국으로의 확산을 뜻한다. 이미 방역망 밖에서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심각’ 단계에서는 대응전략이 환자들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주력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의료계는 지역사회 전파 차단이 이제는 불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방역이 결국 환자들의 지역사회 노출을 막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면서 앞으로 1주일 이상 코로나19 확진자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날 수 있음을 의료계는 경고하고 있다. 위기경보 단계의 격상과 함께, 지금까지의 대응 방식을 전면 개편해 비상 의료전달체계 확립, 피해 최소화를 위한 2차 예방조치 등을 서둘러야 한다. 국민들의 일상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더라도 심각한 재앙으로 번지기 전에 가능한 수준의 모든 강력 대응조치를 동원해야 한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또한 필수적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