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교수,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최근 시산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항공회사는 2020년 278억 달러(약 31조 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절반이 중국 항공회사의 손실이다. 이 협회는 세계 전체로 보면 2008년 리먼쇼크 이래 최대의 수요 감소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IATA는 당초 2020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여객 수요는 전년 대비 4.8% 증가를 예상했으나 신종 바이러스 영향으로 중국 본토와 홍콩편을 결항하는 항공회사가 늘어나 전년 대비 8.2%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세계 항공회사 전체의 손실은 29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이와 종합연구소는 매년 2월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쇼인 ‘모바일 월드 콩그래스(MWC)’가 취소된 것을 비롯, 세계 전시회의 피해를 추산했다. 세계 전시회 내장객 수는 연간 3억 명, 경제적 효과는 33조 엔(330조 원)에 이르는데 이번 사태로 절반 이상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도 동요하고 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의 소비 감소가 세계 수급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에 따른 에너지 가격의 변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경계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년 1~3월 석유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하루 약 44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요가 분기 베이스로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10년 반 만의 처음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도 2020년의 세계 석유 수요를 하루 평균 1억170만 배럴로, 1월 시점의 전망에서 약 37만 배럴을 하방 수정했다. LNG의 공급과잉 현상도 강해지고 있다. 2020년은 전 세계적으로 연산 7000만 배럴 분의 공장 신설을 앞두고 있다. 이는 세계 무역량의 20%를 넘는 생산능력 확대다. 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의 수요 확대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국영석유회사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이미 계약한 LNG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당 기간 중국의 수요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공급과잉에 대한 경계심리로 아시아의 현물거래 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하락은 일견 구입 측인 소비국에는 호재다. 그렇지만 항공노선의 감편과 해상무역의 저조 등과 같은 경제활동의 위축이 원인이라면 오히려 세계경제에 좋지 않은 신호가 된다. 석유와 LNG 수출에 재정을 의존하는 자원국가들은 국가 운영에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 특히 중동에서는 지금 부족으로 탈석유 의존의 개혁이 지체되면서 일단의 지역 불안정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는 사례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에너지 가격 하락이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넓은 시각에서 봤을 때 코로나노믹스 같은 문제는 결국 반도체, AI(인공지능), EV(전기차) 등에 의해 극복될 것”이라고 말했다(정준명 김앤장 고문의 전언). 다시 말해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과 이를 활용한 신산업은 이번 기회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컨대 자동차의 경우 조립업체는 살지만 부품회사는 위기다. CASE(양방향 연결성, 자율주행, 차량공유와 서비스, 완전 전동화)의 사회 도입이 한층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노믹스와 산업구조 전환을 연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에너지·환경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첨단기술 사회의 실현도 지금부터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당장의 역병에 대처하기 위해선 캠플주사밖에 도리가 없지만, 이럴 때일수록 어느 한쪽에서는 국가의 내구력과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도 모색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는 과제가 매우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