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열고 대기업ㆍ중견기업계 반박에 재반박
중소기업계가 기술탈취 행위 제재를 강화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효적 처벌이 법제화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계는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월 임시국회에서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칠승 의원,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지난해 7월 의결된 뒤 현재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는 대기업이 기존에 거래하던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물품과 유사한 물품을 자체 제조하거나 제 3자에게 제조를 위탁한 경우 대기업의 기술유용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입증 책임을 대기업에 부과하도록 했다. 현재는 분쟁 해결에서 입증 책임이 위탁기업이 몫이다. 또 개정안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분쟁조정 요청이 없어도 조사 후 처벌이 가능하도록 처벌 권한을 강화했다. 현재는 거래 당사자가 중기부에 분쟁조정 요청을 해야 중기부가 처벌할 수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중소기업중앙회를 포함해, 벤처기업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중소기업융합중앙회, 한국여성벤처협회, IT여성기업인협회, 이노비즈협회,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등 9개 중소기업단체의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5년간 기술유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 246개에 이르며 그 피해 규모만 5400억 원에 달한다”며 “여기에 대기업 보복이 두려워 침묵한 중소기업들까지 고려하면 기술탈취 피해 현황은 가늠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계와 달리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과도한 규제라 주장한다. 이달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중견기업연합회는 토론회를 열고 개정안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술유용 분쟁 우려로 대기업이 거래처를 해외로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상생협력법의 ‘입증 책임’ 규정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중소기업계는 대기업, 중견기업계의 반박을 재반박했다. 위탁기업이 해외로 거래처를 변경할 것이라는 우려에 관해서는 “위탁기업을 잠재적 기술유용 행위자로 인식한 잘못된 선입견”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상생법 개정안은 기술유용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입법 조치로 기술유용을 하지 않는 선량한 위탁기업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기업이 해외 등으로 거래업체를 변경하는 것이 기술유용 처벌 때문이라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덧붙였다.
입증 책임에 관해서도 대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게 아니라 분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수탁기업이 우선적으로 일부 사항을 입증하면, 위탁기업이 기술 유용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게 돼 있다.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입증 책임을 나눠 갖는 게 맞다”며 “상생법이 지원법이어서 규제 내용을 담는 게 적당치 않다는 주장은 상생법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최소한의 원칙을 바로 세우자는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1년 넘게 계류하면서 수많은 중소벤처기업, 스타트업들은 밤새워 가며 만든 기술을 빼앗길까봐, 그리고 제값을 받지 못할까봐 불안해한다”며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마음 놓고 기술개발과 기업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상생협력법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를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