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공정거래-Law] 친구가 자기 회사 물건을 사달라고 한 이유

입력 2020-02-2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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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매년 설과 추석 명절 때 임직원을 대상으로 A사의 명절 선물세트를 구입·판매하도록 했다. A사는 목표 금액을 할당한 후 실적을 보고받아 그룹웨어에 공지해 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했고, 실적이 부진할 경우 불이익을 언급하는 대표이사 명의의 문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처럼 임직원이 자사의 상품을 구입 또는 판매하도록 한 경우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구입강제행위, 즉 사원판매행위에 해당할까.

사원판매란 부당하게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임직원에게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상품이나 용역을 구입 또는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사원판매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상품(용역)을 구입 또는 판매하도록 하고 △그 행위에 강제성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임직원에는 정규직, 계약직, 임시직 등 고용의 형태를 묻지 않으며, 판매 영업을 담당하는 임직원에게 판매를 강요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한, 자기와 계열회사에 있지 않은 회사, 예를 들어 협력업체의 상품을 구입·판매하도록 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 단지 임직원들을 상대로 자기회사 상품의 구매자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독려하는 것도 해당하지 않는다.

불이익 제공 여부는 거래 주체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강제성 판단의 핵심적인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우수한 판매실적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나, 단순한 구입·판매 권장의 경우처럼 불이익의 제공이 없었다면 강제성은 인정되기 어렵다.

A사는 매년 사원 판매용 명절 선물세트를 별도로 출시해 대표이사 직속 경영 관리실에서 사원판매를 주도하면서 임직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이 상당했다는 점, 매일 체계적인 실적 집계와 달성률 공지, 판매 부진 시 징계 시사 등을 한 점에 비춰 강제성이 인정될 수 있다. 공정위 역시 유사한 사안에 대해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사원판매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 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참고로, 공정위의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에서는 사원판매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로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상품을 임직원에게 할당하면서 판매 실적으로 관리하거나 대금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행위 △비영업직 임직원에게 자사 상품의 판매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미달성 시 인사상의 불이익을 가하는 행위 △계열회사에 자신이 생산하는 상품의 판매를 할당하고, 당해 계열회사는 임직원에게 협력업체에 대해 판매할 것을 강요하는 행위 등을 예시하고 있다.

사원판매는 우리나라에 있는 그룹체제와 연고 문화에서 비롯되는 독특한 행위의 유형으로, 당해 산업이나 상품이 신생사업이거나 당해 사업자가 신규사업자일 경우에는 상품에 대한 인지도를 제고하고,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차원이나 당해 사업자의 경영상태가 악화돼 비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사원에 대한 판매의 강제가 어느 정도 허용될 여지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든지 자신이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때 가격과 품질을 고려해 자신이 선택할 자유가 있다. 이에 반해 자기가 속한 회사의 상품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이러한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고, 경쟁사업자의 경쟁기회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해당 임직원은 할당된 구매량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친인척이나 친구 등에게도 구매를 부탁하게 돼 개인적인 자존감 저하나 정신적 스트레스도 커지게 된다. 앞으로는 고용 관계상 열위에 있는 임직원들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원판매에 참여하게 되는 상황이 개선되고 경쟁 사업자 간 가격이나 품질, 서비스를 통한 경쟁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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