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으로 이미지 개선에 나선 일본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본은 올림픽을 계기로 후쿠시마 원전 유출이라는 '흑역사'를 지우려고 한다. 이를 위해 원전 주변을 성화봉송 코스로 잡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확산하자,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기자는 24일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쿄 올림픽과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일본 현지의 반응을 듣기 위해서다. 1988년 한국으로 건너온 일본인 정치학자인 그는 2003년 귀화해 한국인이 됐다. 두 나라를 모두 겪은 만큼,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학자의 눈으로 양국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할 수 있는 적임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이 올림픽 흥행을 위해 방사능과 코로나를 숨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 올림픽위원회(IOC)나 세계건강보건기구(WHO)의 인식이 나빠지리라 판단해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340조 경제 효과 통해 일본 부흥 노려"
사실 일본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진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포함해 확진자가 25일 현재 851명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도쿄 올림픽 개회식이나 폐회식, 경기장에 반드시 가겠다"는 응답이 9.2%에 불과하다는 결과도 나왔다(출처: 일본 지지통신). 그런데도 일본은 계획대로 올림픽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은 올림픽을 통해 30조 엔(약 340조 원)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올림픽 개최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 이어 "도쿄 올림픽은 '일본 부흥'을 위한 일이다. 특히, 후쿠시마가 문제없다는 걸 세계 알리려고 한다. 후쿠시마 농수산물이 아직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데, 아베 정권은 올림픽 선수에게 이를 제공하려고 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 일본 내 비판은 없을까. 호사카 유지 교수는 최근 들어 일부 언론도 상당히 걱정하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진보계 신문이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들도 걱정하기 시작했다. 도쿄 마라톤 규모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원래 3만7000명 규모였는데 400명으로 축소했다. 일반 마라토너도 참여할 수 있는 대회였는데 이들의 참여를 금지했다"라고 말했다.
◇미 언론 "일본 코로나19 발표, 믿을 수 없어"
일본의 코로나19를 대처를 보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호사카 유지 교수뿐만이 아니다. 미국 '타임'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타임은 후쿠시마의 오염수를 일본 정부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면서 코로나 사태를 잘 대처하고 있다는 발표 역시 의심스럽다고 보도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타임의 보도를 인용하며 "본질은 일본이 투명하게 모든 위험성을 다 말하고 있는지의 여부"라며 "해외에서는 여전히 후쿠시마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여기에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더블 펀치'를 맞았다. 일본 정부가 솔직하게 사실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일본의 대처 또한 허술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크루즈선에서 음성으로 판정된 사람을 하선시켰는데 이후에 양성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을 격리하지 않고 택시 태워 집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추적조사를 거의 안 했다. 역학조사도 깊게 안 하고 확진자가 나오면 거기에만 대응하는 소극적인 방법을 취했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에 내린 사람 가운데 발생한 사망자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인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유는 "유족들이 확인해주는 것을 거부한다"라는 것.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이 역시 일본이 소극적으로 사태를 처리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복잡하게 얽힌 한ㆍ중ㆍ일…"경제전쟁은 한국 완승"
국내에서는 정부가 왜 중국인을 입국 금지시키지 않으냐며 원성이 높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중국은 물론 한국까지 입국 금지하는 곳이 많은 상태라며, 조속히 중국인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는 한·일이 처한 상황은 비슷하지만, 일본은 입국 금지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4월에 시진핑 주석을 국빈으로 초청할 예정이라, 중국에 반감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서는 야당이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데, 일본 정부는 중일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서 야당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일본 국민의 반응이 없는것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있더라도 확산해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일본은 국민 여론을 내세울 수 있는 수단도 없는 것도 요인"이라고 의견을 말했다.
한일관계에 정통한 만큼, 지난해부터 거세게 일어난 '일본 불매운동'에 관해서도 물었다. 불매운동은 시작 전부터 일본보다 한국의 손해가 더 크다는 지적이 많았던 일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완승"이라고 평가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불매운동 중 하나가 일본으로 여행을 안 가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홋카이도, 규슈, 오키나와 현지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 대마도는 90% 이상 관광수입이 사라지면서 재난 사태를 선포한다는 말이 나왔다. 한일 정상회담 때도 주요 의제가 관광의 활성화였을 정도로 일본엔 심각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내 분위기도 전했다. 그는 "아베 신조의 경제 보복이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일본에서 돌고 있고, 다음 선거에서는 자민당을 찍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한국 사람을 어떻게 일본으로 데려올 것인지 정책을 전환했고, 한국은 반도체 3소재 국산화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일본의 피해가 더 컸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