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주식형 3000억ㆍ혼합형 4000억 유입
해외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되면서 국내 주식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해외로 투자 수요가 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ㆍ유럽 등 해외시장에도 코로나19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전일 기준 3141억 원 증가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같은 기간 2조9135억 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또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을 담은 해외 혼합형 펀드 설정액은 같은 기간 4027억 원 늘었다.
기간을 한 달로 좁혀 잡으면 유입 규모는 더 커진다. 최근 한 달 동안 해외 주식형 펀드에는 2014억 원이, 혼합형 펀드에는 3073억 원이 들어왔다. 연초 이후 유입된 금액의 각각 64.12%, 76.31%가 최근 한 달 동안 유입된 셈이다.
코로나19로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해외로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 4%가량 급락하면서 2100선을 내줬고,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23.66을 기록하며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이 요동치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린 것이다.
자금은 미국ㆍ유럽에 집중되고 있다. 연초 이후 설정액이 가장 크게 늘어난 펀드는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증권자투자신탁’으로 총 1823억9895만 원 증가했다. 또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증권자투자신탁(1480억2156만 원)’, ‘AB미국그로스증권투자신탁(747억5993만 원)’, ‘피델리티유럽증권자투자신탁(411억290만 원)’ 등도 유입이 많았다.
아울러 중국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중국 관련 펀드에도 돈이 몰렸다. 중국 본토주식과 역외주식에 투자하는 ‘하나UBS올차이나증권자투자신탁’에는 같은 기간 546억2596만 원이, 홍콩과 중국 주식을 절반 가까이 담고 있는 ‘피델리티아시아증권자투자신탁’에는 362억6015만 원이 유입됐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로 향하는 투자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며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국내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더욱 많아지면서 해외 펀드들이 흥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쉽게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미국, 유럽 시장도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밤 미국 나스닥종합지수는 3.71% 내린 9221.28포인트에, S&P500 지수는 –3.35% 내린 3225.89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또 독일(-4.01%), 프랑스(-3.94%), 영국(-3.34%) 등 유럽 증시도 대폭 하락하며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충격은 전 세계 증시로 번지고 있다.
김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이외에 한국, 이탈리아, 이란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연초 이후 가파른 상승 흐름을 유지해 온 미국 주식시장도 전날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주가가 하락한 직접적 원인은 아시아 및 유로존에서의 질병 확산이 미국 공급망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과 이탈리아의 질병 확산은 이미 관찰되고 있는 아시아와 유로존 공급망 둔화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중국 외 아시아와 유로존 질병 확산의 통제 수준ㆍ시기가 미국 공급망 교란 여부를 결정하게 될 주요 변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