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전 지원법 제정을 위한 정책 포럼’ 개최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은 첫 번째 작품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실패의 이력을 문제 삼아 기회를 원천 차단했다면, 오늘날의 기록은 달성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회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재도전 지원법 제정을 위한 정책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은 기업가 정신을 강화하고, 재도전을 장려하기 위해 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토대로 개최됐다.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가 주관하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후원에 나섰다.
유희숙 회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아카데미에서 4관왕을 기록한 봉준호 감독을 예로 들었다. 봉준호 감독은 비록 첫 번째 작품은 빛을 보지 못했지만, 재도전에 성공해 국위선양을 이뤘다. 유 회장은 ‘중소기업계의 봉준호’를 위해 “다시 출발하는 중소기업인들에게 똑같은 기회를 다시 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중소기업청장인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도 재도전 지원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청장 시절 재도전 지원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금융 관련 법이나 파산법 등 법 개정이 어려워 미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이 이런 수준의 기업가 정신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 발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이사장은 재도전 활성화를 위한 범 부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며 “정부가 노력한다면 성공 사례를 잘 만드는 나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에서 재도전 지원이 정책적으로 많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벤처로 시작한 회사의 70~90%는 망한다”며 “실패한 기업 중 90%가량은 재기 불능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망한 사람 100명 중에 1, 2명을 골라 그 사람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근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진 발제에서 한정화 이사장은 재도전 활성화를 위한 제도 지원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을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에 만족하는 유럽인들이 창업을 회피해 유럽에서는 빌 게이츠가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이사장은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해 성실 실패자에 대한 재도전 기회를 신생기업과 비슷한 수준에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연대 보증 폐지에 관한 정책 의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정부의 개도 개선으로 중진공, 기보, 신도 등 정책금융기관에서 창업자 연대보증이 거의 면제됐으나 일반 시중은행은 연대보증을 여전히 요구한다”며 “현 정부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으로 ‘연대보증 폐지 확대’를 내세웠으나 권고 차원이 아닌 감독 규정 개정 및 행동 지도 차원에서 대응하는 정책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한 이사장은 △생계 보호를 위한 파산 시 면제 범위 확대 △조세 채무 부담 완화 △스타트업 공제제도 △기업회생절차 및 워크아웃 프로세스 개선 △낙인효과 완화 등을 지원 방향으로 제시했다.
배태준 한양대 창업융합학과 교수는 재도전 지원법 제정 방안을 발표했다. 배 교수는 중기부, 금융위, 기재부 등 관계 기관에서 일반 창업지원법과 차별되는 활성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중기부는 창업지원법 제4조의 3(재창업 지원)에 규정된 근거 조항을 이관해 재창업 지원 사업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이다. 법무부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특례를 마련해 회생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