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성장기여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현금성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한국 경제에 시사점을 던지는 분석자료 두 개가 나왔다. 하나는 한국경제연구원이 25일 발간한 ‘2017∼2019년 한국·미국·프랑스 경제정책 및 실적 비교’ 자료이고 다른 하나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4일 내놓은 ‘이탈리아의 현금성 복지정책의 사사점’이라는 보고서다.
요약하면 한국의 민간경제 활력이 위축돼 민간 성장기여율이 미국과 프랑스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의 민간 성장기여율은 2017년 78.1%에서 2019년 25.0%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미국(95.8%→82.6%)과 프랑스(82.6%→58.3%)에 비해 하락 폭이 컸다. 성장률도 한국은 1.2%포인트가 떨어져 프랑스(1.1%포인트), 미국(0.1%포인트)보다 가팔랐다.
민간투자는 미국과 프랑스가 3년 연속 플러스였지만 한국은 2017년 11.1% 증가에서 2019년 6.0% 감소로 전환했다. 외국인 국내 직접투자 순유입(FDI)도 프랑스는 2017년 298억 달러에서 작년 3분기까지 393억 달러로 는 반면 한국은 127억 달러에서 58억 달러로 줄었다. 미국은 해외직접투자 순유출(ODI)이 지난해 3분기까지 1344억 달러로 예년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경제의 종합지표인 증시도 한국은 2017년 초 대비 누적 수익률이 13.2%로 미국(49.3%), 프랑스(23.6%)보다 현저히 낮았다.
전경련 자료는 이탈리아가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 이후 현금복지만 늘리다 15년째 4만 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포인트다. 이탈리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를 밑도는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됐음에도 복지 지출 비중을 늘렸다. 주로 노후 실업연금 등으로 구성된 현금성 복지지출이 2008년 GDP(국내총생산)의 25.1%에서 2017년 28.1%로 3%포인트 증가했다. 복지 포퓰리즘은 나라 재정을 거덜냈다. 이탈리아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2008년 106.1%에서 2018년 134.8%로 급등했다. 유럽에서 그리스에 이어 2위다. 현금을 뿌렸지만 반부격차는 되레 확대됐다.
메시지는 간단하다. 친기업 정책을 통해 민간 활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프랑스의 경제 성적표를 가른 것은 다름 아닌 기업 정책이다. 미국은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췄다. 기업 해외 유보금의 국내 환입을 위해 세율을 35%에서 15.5%로 내렸다. 파격적인 감세조치다. 규제를 절반으로 줄이는 과감한 개혁도 추진했다. 프랑스도 법인세와 부유세를 대폭 하향했고, 노동계의 반발 속에서 해고 규제 완화 등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유연성을 높였다. 한국은 거꾸로 갔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상했고, 소득주도성장을 기치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제 도입을 밀어붙였다. 여기에 5%룰(기관투자가의 대량보유 공시 의무) 완화 등 각종 규제로 기업을 옥죄고 있다. 이탈리아처럼 현금성 복지 지출을 늘렸지만 빈부격차는 여전하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되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복지 지출 확대로 재정건전성은 비상등이 켜졌다. 자칫 이탈리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민간 활력을 높여야 성장도 복지도 가능하다. 당장 기업이 마음놓고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투자를 통한 일자리도 가능하다. 노동계에 기울어진 노동정책도 바꿔야 한다. 말로만이 아닌 실질적인 규제혁신도 시급하다. 결국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는 게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