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이전보다는 대기줄 짧아졌지만 지역별 온도차 커

입력 2020-03-09 15:03수정 2020-03-0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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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서울의 한 약국에서 주민등록번호 년도 끝자리가 1인 시민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월요일은 1·6년, 화요일 2·7년, 수요일 3·8년, 목요일 4·9년, 금요일 5·0년으로 출생연도가 끝나는 해당자가 약국에서 공적마스크 2매를 장당 15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정부의 공적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서울 지역에서 마스크 구하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인 곳이 많았다.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른 구매 제한에 약국 앞 길게 늘어선 줄서기 행렬의 길이는 이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지역별로 다른 입고시간과 제한된 수량에 구매를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날부터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월요일은 1·6년, 화요일 2·7년, 수요일 3·8년, 목요일 4·9년, 금요일 5·0년으로 출생연도가 끝나는 이들이 약국에서 마스크를 장당 1500원에 2장씩 살 수 있다.

특히 오전 시간에 판매가 시작된 곳들에서는 조기 매진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날 오전 9시경부터 시작된 경기도 분당구 약국에선 10분만에 마스크 판매가 완료됐다. A 약국의 약사는 “오늘 들어온 분량은 250장인데 순식간에 빠르게 소진됐다”며 “이후 지속적으로 약국에 방문하는 사람들 때문에 문 앞에 ‘마스크 분량 모두 소진’이라고 붙여놨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8시부터 영업을 시작한 B약국은 10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하기 시작해 2시간 만인12시께 성인용 마스크가 동났다. 이 곳의 약사는 “마스크 입고 시각이 들쭉날쭉한 상황으로 오늘은 10시께 입고됐다”며 “영업 전부터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12시까지 줄서서 사갔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많이 몰려있는 서울 중구 을지로도 마스크 구매가 쉽지 않았다. 직장인 C씨는 “오전 중에 회사 근처 마스크 몇 곳을 돌았지만 허탕 쳤다. 5부제라고 해서 좀더 사기 수월해질 줄 알았더니 여전히 마스크가 없다고 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오후에 판매를 시작한 약국들에선 마스크 구매가 어렵지 않았다.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한 약국에선 2~3명 정도만이 대기가 있을 뿐 내부가 한산했다. 마스크 구매를 위해 약국을 방문한 직장인 D씨는 “선착순이 아니라서 그런지 마스크 구하기가 한결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골목에 위치한 한 약국 역시 오후 1시가 넘어서까지 공적 마스크를 판매했다. 이 곳의 약사는 “오후 3시 정도까지는 판매할 수 있을 만큼 물량이 남았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매진 될때까지 줄을 섰는데 오늘은 오전에만 잠깐 줄 서고 말았다”고 전했다.

강남구의 한 약국에서는 오전에 대기표를 발급했다. 이 약국 약사는 "손님들이 시간을 내서 왔는데 또 줄을 서게 해서 죄송한 마음에 예약제를 생각했다"며 "번호표를 받은 분들은 오후 시간대 이후에 오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약국에서는 정오 무렵부터 혼란스러운 분위기 없이 마스크 구매가 가능했으며 1시간이 지난 이후까지 물량 소진없이 판매가 이어졌다.

이같은 체감온도 차이는 약국 주변 유동인구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업무지구 등 인구밀집지역이나 대로변 등에서는 마스크가 일찌감치 동난 데 비해 골목 안쪽이나 유동인구가 적은 곳의 약국은 오후 시간대까지 마스크 구입이 가능했다.

어린 자녀나 부모님 대신 마스크를 구입하러 나선 이들도 눈에 띄었다. 만 10세 이하 어린이와 만 80세 이상 어르신에 대해서는 대리 구매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리구매자와 대리구매 대상자가 병기된 주민등록등본과 대리구매자의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약국에서 만난 40대 주부 E씨는 “아이들 마스크는 대신 살 수 있다고 해서 남편에게 등본을 떼 놓으라 했다”고 말했다.

연세 든 어머니의 마스크를 대신 사러 왔다는 또다른 주부는 "1921년생이신 친정어머니 마스크를 사러 왔는데, 주민등록등본이 없어 못 샀다"며 "등본이 필요한지 몰랐다. 동사무소에서 나눠주면 편할 텐데 왜 이렇게 파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짧은 기간 안에 공적 마스크 공급망을 설계하고 시행하면서 약국의 분포 현황과 유동인구까지 모두 고려해서 마스크를 배분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작업”이라며 “오늘부터 일주일 간 약국 당 판매 속도에 대한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 (후속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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