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가 원자재 수요로 확인됐다. 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변동하는 원자재인 구리 가격이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중국의 전기동(電氣銅) 수입량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과잉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51% 내린 1톤당 5483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1톤당 5466달러를 기록한 2017년 5월 8일 이후 2년 10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올해 1월 16일의 연고점인 1톤당 6300.5달러와 비교하면 약 두 달 만에 13% 급락했다.
주요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일제히 오르고 있었다. 미·중 무역분쟁이 조만간 끝이 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지만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국제 원자재 시장의 분위기도 급변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구리 수요 둔화 우려가 증폭돼 가격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구리는 건설, 전기, 전자 등 산업 전반에서 널리 쓰이는 원자재이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따른 구리 수요가 가격과 같이 움직인다.
실제 최근 구리 가격 하락세와 함께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세계 곳곳에서 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역대 최저인 35.7에 그쳤다. PMI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서는 아직 많은 공장이 정상적으로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종합 PMI도 49.6으로 2013년 10월 이후 최저였다. 같은 기간 미국 제조업 PMI(51.9→50.8)와 서비스 PMI(53.4→49.4)도 하락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제는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회복 국면으로 전환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2월 중국과 전 세계 제조업 PMI 지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영향으로 1분기 전 세계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