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ㆍ화학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이어 국제유가 폭락까지 겹치며 1분기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정유ㆍ화학, 1분기 예상실적 ‘급락’ = 지난해부터 정유·화학 업계는 정제마진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어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폭락까지 겹치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분기 SK이노베이션 영업손실은 최대 4000억 원, 에쓰오일 영업손실은 3천2000억 원으로 예상됐다. SK이노베이션 1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한달 전 대비 77.9%, 에쓰오일도 76.5% 하향조정됐다. 유가 폭락 이후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올해 초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이며 정유업계는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정제마진은 다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월 중순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수요 감소가 발생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확대하며 수요 감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하고, 코로나19로 글로벌 수요가 감소한 데다 정제마진 악화까지 겹쳐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석유ㆍ화학업계도 원재료인 나프타(납사) 가격 하락에 따라 일부 수혜가 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 위축 악재가 더욱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LG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전년 동기보다 33.71% 감소한 182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75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고 관련 충당금 약 3000억 원을 반영해서다. 일회성 충당금을 제외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757억 원과 비교해도 영업이익이 900억 원 이상 감소하는 셈이다.
롯데케미칼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약 55% 감소한 1313억 원으로 전망된다. 한달 전보다 약 40% 하향조정 됐고, 최근 대산공장 사고 여파로 현재 전망치를 더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희철 KTB증권 연구원은 “화학업종은 저유가에 따른 원가 하락 효과를 다소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수요가 감소했고 중국 정유사들의 수출 확대로 마진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저유가 시기엔 업황 상승과 맞물려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했지만 현재와 같은 공급 과잉기에는 영향이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ㆍ부품 사업도 주춤 우려 = 전기차 시대 개화에 맞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배터리 사업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춤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수요처인 자동차의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수주 악화 우려가 커지고, 공장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31만대로 지난해 동월보다 79.1%나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최근 팬데믹으로 확대하면서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자동차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수주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에 악재로 작용한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0% 감소한 478억 원으로 보고 수익성 개선 시점을 2분기로 전망했다.
배터리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는 입국제한 영향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미국·중국·폴란드, 삼성SDI는 중국·헝가리, SK이노베이션도 미국·중국·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헝가리는 지난 12일부터 한국, 중국, 이탈리아, 이란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을 막기 시작했고, 폴란드도 15일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자국민도 입국과 함께 14일간 격리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부터 해외 공장은 현지 인력 중심으로 정상 가동하고 있어 인력·공장 운영에 차질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이 가시화, 자동차 회사에서 수주 물량을 줄이는 등의 타격이 예상돼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