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 높아 장기전 우려…'신종감염병 위기대응특별법' 마련해 감염병 리스크 줄여야
코로나19 장기화로 우리 경제가 어렵습니다. IMF 시절 '아나바다' 국민운동으로 힘든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이투데이는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기 위한 '거나배바(사회적 거리두기, 함께 나누기, 서로 배려하기, 바이러스 바로 알기)' 캠페인을 서울시, 대한상의와 함께 전개합니다.
바이러스는 이미 수백만년 전부터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아 서식하며 인류를 위협해왔다. 연구를 통해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바이러스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인류 역사 속에서 체감한 바이러스의 존재란 인류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는 ‘지구의 숨은 권력자’이자 ‘가장 강력한 살인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인류에게 가장 큰 피해로 기록된 바이러스는 1918년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5억명)을 감염시키고 5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다. 이후 1957년 아시아독감(100만명 사망), 1968년 홍콩독감(70만명 사망), 1999년 조류독감에 이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에볼라 등 다양한 바이러스가 출현해 수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다행히 과학과 의료의 발달로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며 치사율 등 피해 규모를 줄이고 있지만 새롭게 변이된 바이러스들의 출현에 인류는 매번 속절없이 당하기 일쑤다. 변이된 신종 바이러스의 탄생은 인구 증가와 동물 서식지 감소로 인간과 동물의 접촉이 잦아지며 생겨나고 있다.
특히 이종간 전염 과정에서 변이를 거쳐 강력해진 신종 바이러스가 복제를 통해 끊임없이 변종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역시 이런 이유로 시간이 갈수록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사람을 숙주로 다양한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우준희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감염질환의 원인미생물은 인체에서 취약한 점을 이용해 새로운 방법을 적용하고, 인체가 이겨내려는 면역반응을 극복해 생존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체에 손상을 초래한다"며 "치료 약제나 예방 백신이 없기에 감염질환보다 위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는 빠른 전파 속도와 증상의 다양성 등 기존 바이러스들과 다른 특징을 보이면서 현재 전 세계 누적 확진자수가 16만 명이 넘어섰으며 WHO(세계보건기구)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한 상태다. 아직 치료제나 백신도 없어 국가별 방역만이 최선의 방책인 코로나19 사태는 그야말로 전 인류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펼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의 출현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며, 인구밀집, 지구환경 변화, 대중교통의 발달 등으로 바이러스의 세계화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측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바이러스를 마냥 공포의 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서 빨리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며칠새 국내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특성상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대유행 초입 단계일수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 집단감염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방역의 고삐가 느슨해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높다.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질병대응연구센터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미래 질병 대응을 위한 과제'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에서 알 수 있듯 미래 질병 대응에는 보건당국뿐 아니라 경제, 외교, 교육 등 다부처 협력과 융·복합 전략이 필요하다"며 "정책당국, 전문가, 국민이 공감하는 보건정책의 비전을 설정하고 한계를 점검해 미래 질병 이슈를 발굴하고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지환 서울시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예측불가능한 상황들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됐다”며 “기후나 환경과 연관성 있는 바이러스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미리 대비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 및 시민의식 고취에 대한 필요성을 꼽는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은 “앞으로 5~10년 주기로 신종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바이러스 변이에 따른 치료제나 백신 개발의 어려운 점을 감안한다면 바이러스 발생시 방역당국에서 알려준 지침을 국민들이 잘 따르는게 핵심”이라며 “아무리 좋은 방역 프로세스도 실전에서 지켜지지 않으면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방지환 교수는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마스크만 쓰면 바이러스를 다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마스크를 쓰고도 청결하지 않은 손으로 마스크를 수시로 만지는 것은 오히려 바이러스에 더 노출시키는 것”이라며 “손씻기가 생활화되어야 하며 서양처럼 음식을 덜어먹는 문화로 바꾸는 등 이번 기회에 호흡기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일상생활 속 변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혼란스러운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을 위해선 국민 협조가 따라야 하는데 역학조사 시 거짓말을 하거나 격리수칙을 어기며 현장을 더 교란시키는가 하면, 감염병에 대비한 긴급 시스템 미비로 마스크나 방호복 수급에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라며 “'신종감염병 위기대응 특별법'을 마련해 앞으로 새로운 감염병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대비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