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은 유통바이오부 기자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는 지금까지 유행한 여느 바이러스보다 크다. 같은 공간에만 있어도 옮을 만큼 전염성이 높은 반면에 이렇다 할 치료제나 예방 백신이 없는 탓이다.
이에 전 세계의 관심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쏠려 있다. 세계 최대 임상시험 레지스트리인 미국국립보건원(NIH)의 크리니컬트라이얼에는 지금까지 총 66건의 코로나19 관련 글로벌 임상시험이 등록됐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셀트리온을 비롯해 벌써 제약·바이오기업 10여 곳이 뛰어들었다. 그간 쌓은 신약 개발 노하우를 살려 단시간 내 치료제를 내놓겠다는 것이 공통된 목표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치료에 쓰일 수 있는 물질을 발견했다거나, 이미 보유한 물질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는 소식을 앞다퉈 전하고 있다. 오랜 가뭄 속 한 줄기 단비 같은 뉴스는 자연스레 뜨거운 반응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발 빠른 연구·개발 소식이 과연 국가적 위기를 종식하겠다는 순수한 신념으로만 빚어낸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일례로 코미팜은 식약처에 ‘긴급임상시험계획’을 신청했다고 지난달 26일 공시했으나 실제로 이 같은 제도는 없다. 현재 식약처가 코로나19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승인한 약물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뿐이다. 임상 가능 여부조차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주가만 순식간에 급등했다. 비슷한 사례는 몇 건이고 찾을 수 있다. 바이오 섹터에서 ‘코로나19 치료제’는 어느새 마법의 단어가 됐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떳떳하지 못한 기회는 업계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국민의 불안과 기대는 이용 대상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모든 기업이 다시 한번 염두에 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