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도 2012년 이후 최저치…국채 가격만 ‘나홀로 급등’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무려 3000포인트가량 무너졌으며, 유럽 증시 역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지난주 ‘검은 월요일’과 ‘검은 목요일’에 이은 또 한 번의 충격이다. 몇 시간 뒤 개장하는 17일 아시아권 증시에도 연쇄적인 충격이 예상된다.
전날 연준을 중심으로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유동성을 쏟아붓는 공조에 나섰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공포감을 상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소비와 투자에 걸쳐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2997.10포인트(12.93%) 폭락한 2만188.52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12일까지만 해도 2만9551까지 오르면서 3만 고지를 눈앞에 뒀던 다우지수는 불과 한 달 남짓 만에 2만 선을 위협받게 됐다. S&P 500지수는 324.89포인트(11.98%) 떨어진 2386.13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970.28포인트(12.32%) 내린 6904.59를 기록했다.
또 이날은 오전 9시 30분 개장 직후 S&P 500지수 기준으로 7% 이상 급락,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또다시 발동되기도 했다. 주가 급등락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5분간 매매를 중단하는 이 제도는 일주일 새 벌써 세 번째 발동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이 이날 낙폭을 키웠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훌륭하게 일을 한다면 위기가 7~8월에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계속 타격을 받고 있어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조짐이 감지되는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까지 가세, 우려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유럽증시도 4~5%를 웃도는 폭락세를 보였다. 각국 중앙은행의 전폭적인 ‘유동성 공조’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4.10% 하락한 5151.08에 장을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5.31% 떨어진 8742.25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5.75% 내린 3881.46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의 이탤리40 지수는 8.35% 떨어진 1428.9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다음으로 유럽 내 코로나19 피해가 큰 스페인의 IBEX 35지수도 7.94% 내린 6103.00에 장을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는 5.25% 떨어진 2450.37에 거래를 끝냈다.
이밖에 금융시장 불안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하는 국제유가도 이날 폭락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날 배럴당 30달러 선이 붕괴되면서 2016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금값도 내림세를 나타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2.0%(30.20달러) 떨어진 1486.50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과 위험 자산을 가리지 않고 투매 현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반면 국채 가격은 ‘나 홀로’ 급등세를 탔다.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다.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0.22%포인트 급감한 0.722%를 기록했다. 10년여만의 최대 낙폭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1.00% 파격 인하한 효과가 그나마 채권시장에서만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