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항공업계를 대표하는 이익단체 ‘A4A(Airlines for America)’는 이날 정부에 500억 달러(약 61조9000억 원) 규모의 재정지원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최대 250억 달러 상당의 보조금과 250억 달러의 무이자 대출 혹은 보증 제공을 담고 있다. 이외에 세금 우대 및 수수료 면제 등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4A의 지원 요청 규모는 2001년 9·11 동시다발 테러 당시 재정지원의 세 배가 넘는다. 2001년 테러 이후 미 의회는 항공사에 50억 달러를 직접 지원했다. 또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15억6000만 달러를 제공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끊기면서 항공업계는 전례 없는 위기에 몰렸다. 미국 최대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은 3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수요 급감에 따라 국내 및 국제선 운항을 절반으로 줄였고, 임금 삭감 및 무급휴가를 실시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도 항공편 축소, 무급휴가, 채용 동결 등 비상조치에 들어갔다.
미국 최대 항공기 제조사 보잉 주가는 이날 24% 가까이 폭락했고, 유나이티드항공도 약 15% 주저앉으며 시장에서 ‘에어로마겟돈의 날’이란 평가를 받았다.
A4A는 “항공사의 현금이 곧 바닥날 것”이라면서 “지원을 오래 기다릴 수 없다”고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앞서 세계 3대 항공사 연합인 원월드, 스카이팀, 스타얼라이언스도 “전 세계 정부가 항공업계를 지원하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호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항공업계의 잘못이 아니다”라면서 “항공업계를 100%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항공업계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의회가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현재 항공산업뿐만 아니라 크루즈 산업 등 모든 산업계가 재정지원을 요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지원 이전에 항공업계에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행 변경 관련 요금 부과 및 근로자 보호 조치 등에 대해 항공사를 규제할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공사가 수익이 날 때는 주주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현금을 쓰고, 어려워지면 국민 혈세로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손을 벌린다는 세간의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