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조합 집행부 재정비…조합 주도권 갈등 끝낼지 주목
11년째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조합은 사업 시행 위탁사인 헌인타운개발 주도로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조합원 임시 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조합장 등 집행부를 새로 선출했다.
헌인타운개발 측은 이번 총회를 “식물조합과 다름이 없었던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조합의 직무대행체제 6년 4개월 만의 조합 정상화”라고 평가했다. 헌인마을에선 2013년 전(前) 조합장이 사망한 후 7년 가까이 집행부를 선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헌인타운개발 등은 집행부 공백 장기화로 사업 재개 기회를 못 찾았다고 주장한다. 서초구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업이 표류한 건 조합 내부 문제가 크다”며 “조합 내 갈등 때문에 개발 실시계획 인가에 필요한 서류를 못 내고 있다”고 전했다.
헌인마을은 2009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 처음 사업을 주도한 우리강남PFV 등은 헌인마을 일대 13만2379㎡를 연립주택 216가구, 단독주택 45가구로 이뤄진 고급 주거단지로 재개발하려 했다. 강남 도심과 가까운 데다 녹지가 풍부해 시장 기대감이 높았다.
문제는 그해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다. 시행사였던 동양건설산업과 삼부토건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잃었다. 여기에 조합장 공석까지 겹치면서 지금까지 첫 삽도 못 떴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가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을 인수해 헌인타운개발 등과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지만 옛 조합 측과 갈등을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총회를 두고서도 옛 조합 측은 반발하고 있다. 직전 집행부인 김형주 조합 사업본부장은 “헌인타운개발에서 0.1㎡씩 토지 지분 쪼개기로 조합원을 억지로 늘렸다”며 “이런 하자가 있는 총회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 등은 이번 총회 직전 총회를 금지해달라고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다만 법원은 ‘사안이 복잡한 데다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며 가처분이 아닌 본안 소송에서 다투는 게 맞다’고 결론 냈다. 옛 조합 측은 곧 본안 소송을 위한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의 향방은 결국 법원 손에 달리게 됐다. 법원이 총회가 적법하게 열렸다고 인정한다면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은 헌인타운개발과 새 조합 집행부를 중심으로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법원이 총회가 무효라고 판단한다면 도시개발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서초구 관계자는 “아직 총회와 관련된 내용을 정식으로 접수하지 못했다”며 “정식 접수 후 여러 가지 사안을 고려해 임원 등기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