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영 국제경제부 기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새삼 깨닫게 된 건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이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멈추고 중국인이 발길을 끊자 전 세계가 앓아누웠다. 관광, 항공, 유통, 자동차, IT 등 전 산업 분야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다. 그 여파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은 1.5%까지 곤두박질쳤다.
얼마 전까지 미국 패권을 넘보며 각종 굴기를 과시할 때도 느끼지 못했던 중국의 존재감이 엉뚱한 곳에서 터진 셈이다.
문제는 중국이 막강한 영향력에 걸맞은 채신머리를 갖추지 못해서다. 중국 내 확산이 주춤하자 중국이 집착한 것은 ‘우한’ 지우기였다. 미국의 ‘우한 코로나’ 발언에 중국 당국은 물론 언론까지 나서 중국을 낙인찍는 비열한 처사라며 핏대를 세웠다. 미군의 바이러스 전파설을 흘렸고, 시간을 벌어준 중국에 전 세계가 감사해야 한다는 황당한 논리도 폈다.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은 그 자체로 팩트다. CNBC는 중국이 ‘우한’ 표현에 경기를 일으키지만, 지난해 12월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된 후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됐다고 꼬집었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 선구자인 데이비드 호 대만계 미국 학자도 “중국이 발원지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지난 10여 년간 중국 성장의 떡고물을 나눠 먹은 ‘원죄’로 세계는 지금 톡톡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을 뺀 세계 경제는 상상이 불가능하다. 그야말로 상생이 절실하다. 세계를 송두리째 뒤흔든 이번 사태에서 중국이 커진 덩치만큼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면 중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도 달라졌을 것이다. 자국에 불리한 얘기는 가리고, 지우고, 덮는 행태에서 ‘졸부’의 옹졸함이 엿보인다. 그 천박함으로 세계를 호령하겠다고 하니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