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이스타항공을 품은 제주항공이 생존의 갈림길에서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시장의 관심 쏠리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3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과 미팅을 하고 이스타항공 인수금융에 필요한 자금으로 2000억 원을 요청했다. 이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시중 은행들과 함께 신디케이트론(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출) 형태로 인수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 업체인 제주항공은 이달 초 이스타항공 인수를 최종 확정 지었다. 지난해 12월 M&A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계약 체결 시한을 두 차례 연기한 이후 가까스로 인수를 확정한 것이다.
일단 인수자금 문제는 외부 도움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인수 시너지에 대해선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 당장 이스타항공의 취약한 재무구조는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은 자본금 486억 원, 결손금 266억 원, 부채비율 484.4%, 자본잠식률은 47.9%를 기록했다. 이스타항공은 비상장사로 분기마다 실적 공시를 하지 않아 지난해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알 수 없다. 하지만 2018년 말부터 시작된 단거리노선 공급과잉과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경쟁사들이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은 더욱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항공업계 자체가 LCC 기업들의 신규 허가로 공급 과잉 우려가 있는 데다, 일본 불매 운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 세계 확산 등의 여파로 업황이 악화하면서 이스타항공뿐만 아니라 제주항공 역시 경영 상황이 순탄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이와 관련해 무디스는 최근 글로벌 항공산업에 대한 산업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이들의 영업이익이 20% 이상 훼손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과거 SARS와는 달리 전염병이 중화권에 국한되지 않고, 감염지역 확대로 항공 여객 예약 건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유가 급락으로 유류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항공업계의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유류비는 항공사 매출의 20~45%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류비 부담 감소가 전체 실적 둔화와 신용부담 등을 막지는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3일 보고서에서 “LCC의 경우 여객 비중이 절대적이며 낮은 신용도로 회사채 조달이 어렵다”면서 “유류비 부문은 최근 유가 급락에 대한 수혜를 볼 수도 있지만, 여객 수요 둔화로 인한 감익이 유가 하락 수혜를 상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