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규모 사업이라 중소기업 하기 어려워...중소기업 상생방안 준비 중”
KDB산업은행이 공공사업 부문에서 ‘대기업 밀어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중소ㆍ중견기업 참여가 장려되는 소프트웨어(SW)산업 영역이지만 관련 부처에 대기업 참여 허용을 요청하면서까지 사업 진행에 나서는 것은 무리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16일 ‘산업은행 정보시스템 운영업무 외주용역’ 사업의 공개 입찰을 앞두고 해당 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 제한의 예외 적용을 요청하는 서면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했다. 즉 해당 사업에 대해 대기업이 외주용역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법적 예외 조항을 검토해달라고 요청을 한 것이다.
현행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제24조의2)에 따르면 국가기관 등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은 중소ㆍ중견기업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다만 △국방 △외교 △치안 △국가안보 등과 관련 사업 중 대기업이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인정해, 고시하는 경우 대기업 참여 제한에 대한 예외를 두고 있다. 국가 안보 등 중대한 사업이 아니라면 중소기업에 공공기관의 발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것이 법의 취지다.
논란이 되는 대목은 산업은행의 ‘정보시스템 운영업무 외주용역’ 사업이 국가 안보 등 중대한 사업이 아닌 단순 시스템 운영·유지보수 사업임에도 산업은행이 대기업 참여를 요청했다는 점이다. 해당 사업은 전자금융과 지주사 홈페이지나 웹메일 등 산업은행의 정보통신시스템 전반에 대한 단순 운영 유지보수가 주된 업무다. 사업을 따낸 업체는 5년간 정보시스템 운용유지보수 용역 업무를 맡게 된다.
산업은행의 대기업 참여 허용 요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차세대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요건 정의 사업’, 2016년 ‘차세대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등에 대해 기타 국가 안보의 이유로 과기부로부터 대기업 참여 허용을 승인받았다. 이에 그간 산업은행 정보시스템 운영업무의 외주용역 등의 업무를 국내 내로라하는 IT 대기업들이 맡아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기존 체계 변화보다는 유지를 위해 대기업 입찰 참여를 고집하는 것”이라면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정된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의 취지를 국책은행이 나서서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측은 사업 규모가 국내 최대 규모인 만큼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정보시스템 운영업무 용역 사업은 전체 121개 시스템과 2400대 전산장비를 운영해야 하는 등 국내 최대 규모로 사실상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할 수 없는 규모”라면서 “동시에 신기술 기반의 디지털 전환도 준비해야 하는 만큼 대기업 계열사 참여를 포함해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별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동수급 참여 시 배점을 확대하는 방안이나 하도급 대금 지급률을 상향 조정하는 등 중소기업 상생 발전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기부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운영하는 심의위원회를 통해 산업은행이 요청한 사항을 검토·심의한다. 심의위원회는 통상 15명 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여기서 결정된 사항은 45일 이내로 고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