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만 뒀으면 좋겠어요.”
최근 만난 한 퍼스널 모빌리티(PM) 업체 대표의 말이 새롭진 않았다. 업종을 막론하고 스타트업을 이끄는 대표들에게 ‘원하는 정부 지원책’을 물으면 하나같이 “지원은 고사하고, 사업을 가로막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난히 그 대표의 호소는 오래도록 인상에 남았다. 최근 타다가 서비스 종료를 알리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탓이다. 얼마든지 택시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PM 업계에 타다의 사례는 남 일이 아니었다.
도시 미관 등을 이유로 얼마 전 서울시가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의 주차 문제에 관여하는 움직임도 업계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서비스 지역 내 어디든 주차가 가능한 현재의 도크리스(Dockless) 방식 대신 허용된 장소에만 주차하게끔 하는 방안을 서울시가 추진하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18일 서울시 관계자는 10개 가까이 되는 PM 업체 대표들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논의에 참여한 한 PM 업체 대표는 “미팅을 한 서울시의 담당 사무관은 산업에 관한 이해도가 매우 낮았을뿐더러, 법적으로 서울시가 주차 방식을 바꾸는 것을 강제할 수는 없어서 MOU 형식을 이야기했다”고 귀띔했다.
안 그래도 PM 업체들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유자전거 따릉이와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라고 입을 모은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인도뿐 아니라 자전거도로로 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만의 경쟁력인 도크리스 방식까지 규제해 따릉이식 주차가 필요조건이 된다면 전동킥보드의 장점을 서울시가 다 빼앗는 셈이다.
PM 업계 관계자는 “따릉이를 운영하는 서울시가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를 어떻게 볼지 짐작은 간다”고 말했다. 서울시 입장에서 지원보다 규제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지난해 1~8월 기간에 따릉이는 52억 원의 적자를 냈고, 서울시는 2만5000대가량의 따릉이를 올해 4만 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들은 서울시가 노골적으로 서비스를 금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타다도 그랬다. 타다 서비스를 금지한 게 아니라 플랫폼 운송사업을 계속하려면 기여금을 내고 정부 허가를 받으라고 한 것뿐이다. PM 업체들이 ‘주차 방식’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서울시에 짙은 기시감을 느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