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20조 채안펀드, 시장 안정에 충분한 규모”

입력 2020-03-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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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정부가 24일 20조 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조성을 비롯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은 데 대해 증권업계는 “시장 안정에 충분한 규모”라고 평가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제2차 비상경제회의 결과에 따라 마련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의 골자는 채권시장 안정펀드에 20조원, 증권시장 안정펀드에 10조7000억 원, 회사채 발행시장에 10조8000억 원,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시장에 7조원을 각각 투입하는 것이다.

원활한 회사채 발행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금도 4조1000억 원이 집행될 예정이며, 정책금융기관이 기업에 직접 대출ㆍ보증하는데 58조3000억 원이 동원된다.

증권업계에선 무엇보다 채안펀드 규모가 당초 예상치였던 10조 원의 2배로 커진 데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20조 원은 예상을 뛰어넘어 상당히 큰 수준"이라며 "투자심리 측면에서 20조 원이면 시장 안정 효과가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다만 지금 시장이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자금이 실제로 시장에 유입되기까지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우려가 남아 있겠지만, 자금이 실제로 들어오면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4월에만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ㆍ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가 10조 원 가까이 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초 거론된 10조원은 부족했다"라며 "펀드 규모가 20조원으로 증액돼 일단 4월에 필요한 유동성은 여유 있게 확보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대책이 포함하는 지원 범위 측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이번 대책이 당초 알려진 방안보다 대기업·중견기업 지원범위가 대폭 확대됐고, 주식·채권시장 및 증권사 직접 지원방안까지 포함돼 상당히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패키지가 됐다"라며 "경기회복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이번 대책이 금융시장 안정에는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최근 주가연계증권(ELS) 기초자산 급락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으면서 단기자금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는데 증권사에 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부분도 시장 안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증권시장 안정펀드는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순매도 규모를 고려하면 증권시장 안정펀드 규모로는 현재 증시 상황에 의미 있는 변곡점을 만들지는 못할 것 같다"고 관측했다.

그는 "정부의 시장 안정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오히려 증권시장 안정펀드가 받쳐주면 외국인이 마음 놓고 더 주식을 팔아서 환율에 부정적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고 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10조 원 규모의 증권시장 안정펀드만으로는 실제 증시 수급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주가 낙폭을 일부 줄여줄 수는 있지만, 장의 흐름 자체를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이 하루에 1조 원 이상 순매도하는 경우도 많아서 증권시장 안정펀드 규모가 충분할지 의문시되는 점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채권시장 안정펀드가 동시에 가동되는 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 정책과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등을 고려하면 이번 대책이 적어도 증시 투매 현상을 제한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서 일부 부족한 부분은 당국이 앞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여삼 연구원은 "향후 2차 추경 규모가 1차 추경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채 공급량 증가로 국채시장이 앞으로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며 "한은이 지금의 국고채 단순 매입보다 더 적극적인 국채시장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민정 연구원은 "채권시장 안정펀드 등의 실제 편입 대상에서 혹시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며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처럼 이번에도 우량 등급 위주로 편입대상이 결정되는지 등을 당국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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