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어려움에 빠진 민생을 지원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예정이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29일 고위정책협의회를 열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에 대한 논의를 매듭지은 데 이어,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확정키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중위소득 이하 1000만 가구에 4인 가족 기준 100만 원의 긴급재난생계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중산층을 포함한 전 국민의 최대 70%에 1인당 50만 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가운데인 가구의 소득이다. 올해 중위소득은 1인 가구가 월 176만 원, 2인 가구 299만 원, 3인 가구 387만 원, 4인 가구는 475만 원이다. 전국 2050만 가구 중 중위소득 100% 이하인 1000만 가구에 지원금을 주는 정부안의 소요 재원은 5조∼6조 원, 국민 70%로까지 포괄적으로 수혜 범위를 넓히는 여당안은 18조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중복지원은 제외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형평성의 문제 때문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기초생활수급 가구와 법정차상위 계층 168만7000가구는 4인 가구 기준, 4개월 동안 최대 140만 원을 지원받는다. 게다가 서울시와 경기도를 비롯해, 재정 자립도도 낮은 각급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재난기본소득 성격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나섰다. 지급 액수도 저마다 들쑥날쑥하고,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는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긴급재난지원의 필요성은 크다.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국민 다수에게 직접 돈을 뿌린다고 해서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회의론이 많다. 전문가들은 위축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한 재난지원금이라면, 저소득층에 집중하는 것이 소비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 중산층 이상의 경우 돈이 없어 소비를 못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일상적 경제활동 중단으로 돈을 쓸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나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계소비성향’에 대한 연구에서도, 소비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에 대한 집중 지원이 곧바로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무차별 현금 살포식의 보편적 지원은 결국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다름 아니다. 적자국채 발행 말고 막대한 재원을 조달할 대책도 없다. 정부의 빚을 늘려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다수 국민들에 선심 쓰듯 찔끔찔끔 나눠주는 방식은 안된다. 재난기본소득이든, 긴급재난지원금이든, 코로나19 사태의 피해가 가장 큰 소상공인과 실업자, 생계 위협을 받는 저소득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춰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