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던 중국 우한은 자동차 부품 및 완성차 생산공장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초기에 이 지역의 공장 폐쇄(shut down)로 일시적인 공급 차질이 생기는가 했더니, 이제는 외출 및 저녁 모임은 물론 행사를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수요 위축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원유 감산 합의까지 실패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는 초유의 현상을 목격한 바 있어, 그야말로 세계 경제는 글로벌 동시충격의 소용돌이 속으로 급격히 빠져들고 있다.
급기야 미국이 2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에 합의하여 자금을 퍼붓겠다는 발표를 하였고, 우리 정부도 11조 원에 달하는 추경 예산 긴급 편성과 함께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빼가기로 요동치는 금융시장과 치솟는 환율을 안정화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와 사상 최초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지난주 화상회의로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코로나 방역 협력과 함께 경기안정을 위한 국가 간 협력 방안 논의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 바 있다.
1997년 우리 경제의 외환위기는 기업 위기로 동아시아에 한정된 위기였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시스템의 위기라고 한다면, 현재의 코로나19발 경제위기는 세계적 수요-공급 동시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동시 충격의 패닉 상황에서 최선의 전략은 각급 경제주체들이 자신이 보유한 수단을 최대한 동원하여 살아남도록 하는 것이다. 수출의존도가 80%에 육박하는 우리 경제가 내수 위축과 동시에 해외 수요가 바닥으로 치닫는 현 상황에서 섣불리 구조조정의 칼을 대다가는 이후 경제가 회복될 때 뼈아픈 후회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조선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이후 조선 경기가 회복됐을 때 경쟁력을 상실하여 뼈아픈 후회를 한 예가 있다.
국가 위난 시 경쟁력 있는 경제정책은 각급 경제주체들이 우선 살아남을 수 있도록 긴급 수혈하는 것이다. 위급환자한테는 수술 대신 긴급 조치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우 노사협의를 통한 최대한 긴축과 금융 지원이 필요하며, 여행업체 등 영세형 기업과 식당 등 생계형 업체에 대해서는 빠른 자금 수혈을 통해 생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계 소비 진작을 위해 상품 구입용 쿠폰을 시급히 지급해 위축된 내수를 풀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달러를 무제한 방출하여도 문제가 없는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국제화된 안정통화인 엔화를 가지고 국채 대부분을 내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일본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우리 재정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가 미국의 2분의 1,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므로 아직까지 건전한 편이다. 그간 보수적으로 운용해왔던 통화정책도 이제는 재정과 협력하여 과감한 돈풀기를 통하여 우선 우리 경제를 살려야 할 것이다.
전대미문의 수요-공급 동시 충격 상황에서 거시경제의 안정화를 위한 긴급지원은 피해 산업의 구조라는 미시적 처방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생존을 위해 과감히 시행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중을 기하는 것은 나중에 출구전략을 시행할 때이다.
지금은 경제 전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