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북한·이란·러시아 등도 집계 부정확 국가로 꼽혀…수치 왜곡으로 세계적으로 정확한 대응 어려워져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중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국가가 수치를 왜곡하면서 전염병에 대한 보건당국과 의료진의 정확한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비판했다.
각국 정부는 국민의 반발이나 동요를 우려해 수치 축소 발표 유혹을 받을 수 있다. 무증상 감염자가 많다는 것도 코로나19의 진정한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블룸버그는 만일 공식 집계보다 감염자가 훨씬 많다면 치명률은 지금보다 덜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봉쇄 조치가 과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숨겨진 사망자 수가 어마어마하다면 당국은 그에 맞춰 대응수위를 높여야 한다. 결국 제대로 된 통계가 없어 전 세계적으로 대응에 차질을 빚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이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를 축소해 확산 정도를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는 결론을 정보당국이 내렸으며 해당 보고서는 지난주 백악관에 제출됐다고 폭로했다.
중국 정부가 실상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서구권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를 통계에 포함하지 않다가 여론과 다른 나라의 질타 속에 이번 주에야 공개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와 관련해 전날 그동안 무증상 감염자를 통계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통계 신뢰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구 약 3억 명인 미국의 감염자 수가 2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13억 인구의 중국은 8만 명 선에 그치자 인구 대비 감염자 수가 너무 적다는 견해가 강하다고 꼬집었다.
중국 정부는 한 성을 아예 통째로 봉쇄하는 등 초강수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 전문매체 차이신은 지난주 최근 봉쇄령이 해제된 코로나19 진원지 우한시의 한커우 화장터에서 최소 5000개의 유골함이 운반됐다는 트럭 운전자의 증언을 게재하는 등 현지에서도 정부를 못 믿는 상황이다.
또 SCMP는 이날 중국 허난성 중부의 지아현이 전날부터 60만 가까운 주민을 대상으로 통행 금지 등 강력한 봉쇄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이날 중국 신규 확진자가 36명에 불과하다고 밝힐 정도로 감염이 억제된 것처럼 보이는데 지방당국은 강경책을 펼쳐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코로나19 데이터를 못 믿게 되는 상황은 중국만이 아니다. 블룸버그는 서방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한 명의 환자도 나오지 않은 북한을 포함해 이란과 러시아,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을 공식 발표가 의심되는 국가로 꼽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망자가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인구 12만 도시인 베르가모는 지난해 3월 125명이 숨졌는데 올해는 20일까지 총 553명이 사망하고 그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닌 사망자가 352명에 달했다. 이는 작년보다 무려 3배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와 무관한 이유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WSJ는 이탈리아 곳곳에서 베르가모와 비슷한 사례가 나온 것은 물론 확진자 수도 예상보다 축소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증상 감염자들은 검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 이탈리아 감염자 수는 11만 명을 넘었지만 관리들과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현재 실제 감염자가 수십 만에서 6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